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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뒤에 숨은 26일 '한상균의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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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피신 중이던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체포됐다. 수사관들이 한 위원장을 수갑을 채워 호송차로 가고 있다. 한 위원장은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돼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지만 인적사항을 빼고는 진술을 거부했다. 한 위원장의 손목에 감겨 있는 108염주는 자승 총무원장이 준 것이다. [조문규 기자]

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의 26일 간의 ‘조계사 피신’이 막을 내렸다. 한 위원장은 10일 오전 10시45분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시 현장을 떠나지만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총파업 투쟁을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계사 밖으로 나온 한 위원장을 호송차에 태워 남대문경찰서로 이송했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 대해 폭력시위 주도 등 혐의로 이르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80년대 운동권 방식 못 버려”
체포 찬성 53% 반대는 33%
국민지지 못 받고 갈등만 키워
경찰, 이르면 오늘 영장 신청

 한 위원장은 지난달 15일부터 조계사 관음전에서 민주노총과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제2차 민중총궐기의 참여 를 독려했다. 하지만 관음전에서 나온 그에 대한 평가는 차갑다.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 위원장 체포영장 집행에 찬성하는 의견이 52.9%로 반대 의견(32.9%)을 20.0%포인트 앞섰다.

 전문가들은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이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한 위원장은 경찰이 진입하지 못하니까 조계사로 간 듯한 인상을 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교시설 피신’에 의존하는 노동계의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1980년대 운동하던 방식을 답습하니 먹히지 않는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폭력 시위나 종교시설 도피 등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냉정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시대착오적 도피극을 계속하는 사이 한국 사회는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부터 조계사 주변에 168개 부대 1968명을 투입했다. 한 위원장의 도주 등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급식비·유류비 등 총 3억3833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더 큰 비용은 사회적 갈등이다.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냐, 경찰력의 조계사 경내 진입이냐를 놓고 조계종과 경찰, 조계사 지도부, 일부 신도가 마찰을 빚었다. 정부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대화로 문제를 풀기보다 강경한 자세로 일관해 갈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글=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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