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변시 무산 위기 … 법무부 “출제자, 판검사로 대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안을 둘러싸고 로스쿨과 법무부의 충돌이 어느 한쪽이 포기해야 끝나는 이른바 ‘치킨(겁쟁이) 게임’ 으로 번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 초로 예정된 5회 변호사시험(변시)의 정상적인 실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법무부의 사시 폐지 4년 유예 추진 발표에 맞서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가 변호사시험 출제거부를 선언하면서다. 하지만 법무부는 원점 회귀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측, 교수들 출제 거부 독려
김현웅 "사시 폐지 4년 유예안은 국회서 결정할 거라 생각해 낸 의견"

 법무부와 로스쿨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4~8일 치러지는 5회 변시에는 재시생을 포함해 3115명이 응시원서를 냈다. 이달 20일께에는 출제가 시작돼야 한다. 80여 명에 달하는 출제위원 중 로스쿨 교수는 80% 정도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변시 출제위원을 선임했지만 각 대학 로스쿨 원장들은 교수들에게 출제거부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非)로스쿨 법학교수들과 판검사들로 출제위원을 대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로스쿨 재학생들이 변시 응시를 집단 거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철희 전국로스쿨학생협의회 회장은 “이미 각 로스쿨이 학생총회에서 법무부의 입장 철회가 없으면 응시를 거부하기로 결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변시 응시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시험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변시가 치러져도 문제는 여전하다. 2학기 잔여수업이 과목별로 1~3회씩 남아 있고 이번 주와 다음주로 예정된 기말고사 등 학사일정 전체를 로스쿨 학생들이 거부하고 있어서다. 서울 소재 로스쿨의 한 원장은 “ 수업 출석일수가 4분의 1 이상 부족하거나 시험에 불응하는 학생에게는 F학점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유급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10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사시 폐지 4년 유예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사시 폐지 4년 유예안 발표에 대해 “내년 2월 마지막 사시 1차가 예정돼 있고 정기국회는 9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결정은 국회에서 할 것이라고 생각해 낸 의견”이라며 “법무부 의견을 정하는 데 교육부나 대법원 등과 조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민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4년 한시 유예를 의견으로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두 갈래 루트(로스쿨·사법시험)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법원 공식입장이 정해지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임장혁·이유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