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형 브로커 통해 강남에서 수술 받은 일본인 여성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강남의 한 대형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일본인 여성이 수술 며칠 뒤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여성은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성형외과 브로커를 통해 병원을 소개받아 수술을 받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 및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뒤 숨진채 발견된 A씨(29·여)의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9일 한국에 입국했고, 21일 강남의 B성형외과에서 코수술과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 이후 성형외과 브로커가 소개한 레지던스에서 휴식을 취하던 A씨는 23일 다시 성형외과를 방문해 소독 등 진료를 받았다.

23일 오후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던 A씨였지만, 그 이후 브로커 등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25일 A씨가 머물던 레지던스를 직접 찾아간 브로커는 그곳에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의뢰하고, 집도의와 브로커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부검 결과는 아직 통보받지 않았지만 수술 중 떨어져 나온 지방이 혈관을 막아 색전증을 일으켜 사망했거나, 혹은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며 “현재까지 의료과실로 볼 수 있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색전증은 혈관 속으로 유입된 지방 등의 물질이 가는 혈관에 걸려 혈관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막은 상태를 말한다.

또 A씨가 머물던 숙소에서는 우울증·불면증 치료약 등이 발견됐다. 치료약 과다 복용이나 수술 중 투입한 약물 때문에 약물중독 증상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대사관을 통해 A씨의 사망 사실을 전해 듣고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한 A씨 가족들에 따르면, A씨는 광고회사에 다니다 올해 초 퇴직했고 이후 우울증 등을 앓아 왔다고 한다.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부검결과를 정식 통보 받으면 의료과실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고, 만약 과실이 확인되면 의료진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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