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챌린저 & 체인저] 160년 이어진 스웨덴 발렌베리 기업 … 비결은 이익 극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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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ABB·사브·에릭슨·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들이다. 모두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에 속한 기업들이다. 지난 1856년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시작한 ‘발렌베리 가(家) 기업’들은 160년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고 국민기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발렌베리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 비결은 가문의 독특한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주목할 점은 훌륭한 기업인을 길러내기 위한 발렌베리 가문의 ‘교육 철학’과 엄격한 ‘경영 승계’ 과정이다. 평소 검소한 습관과 강인한 의지, 사명감, 독립성,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을 한다. 이를 통해 가문의 후계자들은 단순한 기업 이익의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가치의 극대화’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하며 성장한다.

 아울러 철저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가며 사관학교 입학 같은 과정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습득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가족기업을 지향한다. 다만 경영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매우 엄격한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다른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는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리더를 꼭 2명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렌베리의 후계자 양성원칙은 160년간 변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발렌베리 기업의 지배구조, 사회적 역할도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발렌베리 계열사들은 ‘인베스트’ 라는 지주회사 산하 소속이다. 인베스트는 발렌베리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발렌베리 기업들이 거둔 이익은 재단으로 모이게 되고, 재단은 이를 사회에 대규모로 투자한다. 스웨덴의 국가적 과학기술 투자는 물론이고, 1999년에 설립한 스톡홀름의 ‘기업가정신 대학’도 발렌베리 가문 주도로 이뤄졌다. 대학뿐 아니라 박물관·도서관 같은 곳에도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기업가정신에 입각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스웨덴 노벨상 수상자 중 많은 이들이 발렌베리 재단의 도움을 받았을 정도다.

 흥미로운 사실은 발렌베리 사람들은 ‘세계 10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는 점이다. 발렌베리는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Esse, Non Videri)’는 철학을 몸소 160년간 실천하고 있다. 존경과 탄복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발렌베리처럼 남다른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회사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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