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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미래를 찾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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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16면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서울디자인위크 2015’가 펼쳐진다. 기업과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주도했던 디자인 행사들을 작년부터 서울시가 같은 기간에 모아 도시 전체가 함께 들썩이는 디자인 축제로 탈바꿈 시키면서다. ‘밀라노디자인위크’가 이탈리아 도시 밀라노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된 것처럼 서울을 글로벌 디자인 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행사를 진행한 서울디자인재단의 목표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 시민이 행복한 디자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450여 개 기업이 참여한 31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요 행사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중앙SUNDAY S매거진이 ‘꼭 가볼 만한’ 4개의 행사를 추려봤다. ?

일상에 녹아든 우리의 전통 공예 문화: 공예박람회DDP 알림터 2관에서 열리는 ‘2015 서울공예박람회-쓸 만하고 반반한’은 삶 속에 녹아든 공예문화의 미학과 실용성을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를 준비한 정준모 감독(한국미술문화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장)은 “그간 우리에게 전통 공예품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으로 박제된 유물처럼 다뤄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오늘이라는 시간과 지금이라는 감수성을 더한다면 새로운 우리 시대의 공예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제전시관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우리 조상들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지켜온 전통공예의 아름다움과 함께 미래 공예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변화를 거듭해온 금속공예와 목공예의 역사를 짧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뜨거운 불과 꼼꼼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 다시 태어난 쇠의 화려한 변신, 나뭇결 하나까지 살려 소탈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보여주는 나무의 고요한 변신을 감상할 수 있다.


특별전 ‘숟가락, 먹고 살기 위한 도구’에선 고려·조선시대에 쓰였던 금속 수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엔 그저 밥을 먹는 도구였지만 점차 장식을 입히고 무늬를 새기면서 계급의 척도로 등장한 숟가락 공예의 간결하면서도 고고한 디자인 변천사가 흥미롭다.


그밖에 여러 기업과 현대작가들이 참여한 ‘공예백화‘ 마켓에선 다양한 가격대의 공예 상품들이 침실·식탁 등에 직접 차려짐으로써 공예문화의 일상화에 한발 다가가게 한다. 제품들은 구매도 가능하다.

삼홍사가 선보인 높낮이 조절 책상

‘차이는 있되 차별은 없는’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박람회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연령·문화적 배경·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 서비스를 설계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DDP 알림터 1관에서 개최되는 ‘유니버설 디자인 박람회’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어떤 형태로 우리 일상에 접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집·병원·학교·도서관·사무실 등의 7개 생활 체험존과 휠체어 체험존, 치과치료버스 등 4가지 이동수단 체험존 등 11개의 대규모 체험형 부스로 꾸며졌다. 눈으로 보는 전시를 넘어 직접 체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도 시각장애로 시력이 좋지 않은 딸, 관절염을 앓는 할아버지,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는 엄마 등의 가상 캐릭터에 따라 사용 환경이 최적화된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을 비치하고 관람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 대형 버스와 소형차, 각종 의료 장비들이 들어찬 모습이 기존의 ‘디자인’ 전시와는 거리가 멀지만 ‘모두를 위해 보편화돼야 하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

이탈리아 장식 미술가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삶과 대표작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포르나세티’.

페라가모의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어린 시절 일화에서 영감을 얻은 애니메이션 ‘하얀 구두’.

‘영상’은 새로운 디자인 언어: 밀라노디자인필름페스티벌매해 새로운 해외 디자인 트렌드를 선보여온 ‘글로벌 콘텐트’ 관에서는 ‘밀라노디자인필름페스티벌(이하 MDFF)’과 제휴한 디자인·건축·패션 관련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한다.


2013년 밀라노에서 처음 시작된 MDFF는 가장 최신의 디자인 테마 영상들을 발굴·소개함으로써 대중과 디자인이 서로 소통케 하는 행사다. 올해엔 국내 최초로 서울디자인재단과 ㈜디자인하우스가 협력해 18편의 해외 선정작과 14편의 한국 선정작을 소개한다.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이자 ‘인간을 위한 집’으로 건축 개념을 바꾼 르 코르뷔지에 타계 50주년을 맞아 가구 브랜드 카시나(Cassina)가 제작한 영상 ‘르 코르뷔지에’는 생전에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 등의 아카이브 자료, 29년부터 60년대까지 카시나와 함께 만든 가구 디자인 히스토리를 담았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러셀 라이트, 조지 나카시마 등 11명의 저명한 미국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직접 짓고 살았던 집들을 소개하는 ‘아트 하우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 B&B 이탈리아의 50년 역사를 소개한 ‘B&B 이탈리아’, 이탈리아 장식 미술가 포르나세티의 집과 아틀리에 그리고 숍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스톱 모션 영상을 만든 ‘포르나세티’, 한국에서도 친숙한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최근 다큐멘터리 ‘안도 다다오’ 등을 6일 삼성동 코엑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박람회장 글로벌 콘텐트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현대 작가들이 꿈꾸는 미래 공예: 디자이너스 랩&도야마 스타일삼성동 코엑스 전시홀에서 진행되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콘텐트 전문기업 ㈜디자인하우스 주최로 200여 개 브랜드와 650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대규모 박람회다. ‘디자인 경영’, ‘디자인 전문회사’, ‘디자이너 프로모션’ 등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제대로 보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이중 중앙SUNDAY가 추천하는 전시는 ‘디자이너스랩’과 ‘도야마스타일’ 부스다.


‘디자이너스 랩’은 2005년부터 매해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준비하는 아트워크 연합전이다. 올해의 주제는 ‘신발’. 판매된 신발수량만큼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해온 브랜드 ‘탐스’가 후원했다. 김제형(그래픽), 하지훈(가구), 홍현주(공예) 등 20여 명의 작가가 탐스의 신발을 기본으로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제품 디자이너 양지윤은 신발 표면에 다양한 종류의 꽃씨를 붙이면 신발을 신고 걸을 때마다 씨앗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 도심 어느 곳에서든 싹을 틔울 수 있다는 상상력으로 ‘게릴라 가드닝 슈즈’를 만들었다. 자수 작가 박준영의 신발 ‘자연의 선물’과 그래픽 작가 이달우의 일러스트 신발 ‘이상민의 마음그림’도 눈에 띈다. 꽃과 나뭇잎을 신발에 수놓아 도시 어디든 자연과 함께한다는 개념, 여섯 살짜리 아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일러스트로 아이와 어른이 모두 좋아하는 신발을 만든 실용성이 돋보인다.


‘도야마 스타일’관은 일본 도야마현 내 기업과 유명 일본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제품을 전시한 자리다. 일본 중앙부에 위치한 도야마현은 주물, 칠기 같은 전통산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도야마 디자인 센터가 주축이 되어 전통공예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매력적인 상품들을 개발, 지원하고 있다.


90년도부터 24년째 진행하고 있는 ‘도야마 디자인 웨이브 사업’은 일본 내에서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유명하다. 그동안의 공모전 작품 중 40여 개가 이미 상품화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번 부스에서 소개되는 상품들에도 일본 디자인을 대표하는 ‘15% 아이스크림 스푼’, 2012년 독일 레드 닷 디자인상을 수상한 덤벨 등 세계적인 디자인 제품이 포함됐다. 규모는 작지만 황동 주물과 칠기 전통공예기술이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에 매력적으로 스며들 수 있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한국 전통공예가 나아갈 방향성을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서울디자인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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