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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수원 FC에 '바르셀로나 氣' 불어넣었다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B 소속인 '리틀 메시' 이승우(17)가 국내에서 기량을 다지고 있다. 내년 1월 리오넬 메시(28)가 뛰고 있는 FC 바르셀로나 A팀과 계약을 앞두고 옛 은사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달 19일부터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 수원FC 선수들과 함께 훈련 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9월 이승우·장결희(17)를 비롯해 FIFA의 유소년 해외이적 규정을 어긴 바르셀로나 소속 외국인 유망주들에게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공식 경기 출전은 물론, 구단 훈련 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지난 2013년 '공식 경기 출전 정지' 규정을 한층 강화한 조치다.

고심 끝에 이승우는 일시 귀국을 결정했다. 어린 시절 축구를 배웠던 스승을 찾아가 함께 훈련하며 초심을 되찾는 기회로 삼았다. 손을 내민 팀은 수원 FC였다. 조덕제(50) 감독과 채현석(51) 운영팀 차장은 이승우가 초등학생 시절 축구를 배웠던 김희태축구센터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채 차장은 "이승우는 테크닉과 스피드, 순간적인 판단 능력에서 프로 선수들과 견줘도 모자랄 게 없다. 다만 키(1m70cm)가 작으면서도 무게 중심이 높은 편이어서 하체를 보강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승우도 오랜만에 고국에서 훈련을 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아버지 이영재 씨는 "승우가 수원 FC 형들과의 훈련을 좋아한다. 두 스승에게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가르침도 받고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수원 FC도 이승우를 복덩이로 여긴다. 이승우가 합류한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남 FC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승리(3-1승)하며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서울 이랜드를 제친데(3-3무승부·비길 경우 정규리그 순위가 높은 팀이 다음 라운드 진출) 이어 2위 대구 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1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일 K리그 클래식 소속팀인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후반 막판 터진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조 감독은 '조덕제 매직'이라는 별칭과 함께 K리그 챌린지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수원 FC는 5일 부산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다. 한국 축구 역사상 내셔널리그(실업축구·3부리그)에서 출발한 팀이 1부리그에 오른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수원의 드라마는 정몽규(53)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에겐 재앙이다. 기업형 구단 중 처음으로 2부리그에 떨어질 위기다. 이승우는 5일 부산으로 건너가 현장에서 수원 FC 형들을 응원한다.

이승우와 백승호(18)의 징계 해제(내년 1월)가 다가오면서 한국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1군 무대를 누빌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 2일 영국축구전문지 '포포투'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19세 이하 세계축구 유망주' 부문에서 노르웨이의 축구 신동 마틴 외데가르드(16·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포포투는 "이승우가 한국축구 역사를 빛낼 세계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백승호 또한 최근 들어 바르셀로나 1군 훈련에 꾸준히 참여하며 루이스 엔리케(45) 바르셀로나 감독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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