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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계급론 생각나네 … 세간살이의 멋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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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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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숟가락, 먹고살기 위한 도구’에 출품된 김승희씨의 ‘수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쓸 만하고 반반한’. 사람이건 물건이건 이런 말을 들으면 합격점이다.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에서 막을 올린 ‘서울공예박람회’는 이 제목을 내걸고 한국 공예의 부활을 알렸다. 서울시가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해 처음 주최하는 공예박람회다. ‘서울디자인위크 2015’가 꾸린 ‘유니버설디자인박람회’ ‘서울디자인마켓’ ‘밀라노디자인필름페스티벌’ 등 10여 가지 행사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DDP서 서울공예박람회

 주제전시 ‘온고지신’은 짧고 굵게 요약한 한국 공예사다. 고려시대로부터 현대까지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중심으로 뼈대를 정리했다. 세밀하고 정교한 금속품, 기품과 소탈함이 어우러진 목제품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특별전 주인공은 수저다. 요즘 화제가 된 ‘수저 계급론’을 곱씹을 수 있는 현장이다. ‘숟가락, 먹고살기 위한 도구’는 우리가 매일 수십 번씩 입 속에 넣는 물건임에도 별생각 없이 쓰던 수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전시를 준비한 정준모(한국미술문화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장) 감독은 “공예란 것이 그동안 좀 있는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여겨져 왔지만 사실은 세간살이 모든 것이 공예품”이라며 “오늘 내가 사용하는 숟가락을 잘 골라 자신의 문화적 계급을 높여보자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밝혔다. 안방과 서재, 거실과 부엌 등 편집 매장처럼 꾸민 ‘마켓 공예백화 ’를 구성한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씨는 “손맛 나는 물건들이 주는 사람냄새에 공예의 멋이 있다”고 했다. 서울디자인위크 2015는 6일까지 이어진다. 02-3705-0074.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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