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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기술 배운 기업들에 이젠 외국이 먼저 손 내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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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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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왼쪽)과 류트 비즈코바(Rut Bizkova) 체코기술청 청장이 2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체코기술청에서 ‘한-체코 기술혁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 신약과 화장품·식재료 원료를 개발하는 바이오 전문 기업 운화는 2006년부터 영국 에딘버러 대학과 공동연구를 했다. 그리고 항암제 ‘파클리탁셀’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대학의 첨단 유전체 분석 장비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덕이다. 지금도 에딘버러 대학과 연구를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식물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을 해외 17개국에 특허 출원했다.

성과 쌓이는 KIAT 협력프로그램
독일 등과 ‘양자 펀딩’으로 진행
베트남 등 개도국에 기술 전수도

 #. 광통신 전문 기업 오이솔루션은 세계 2위 네트워크 장비 제조기업인 프랑스의 알카텔루슨트(ALU)와 2010년부터 3년간 광통신 관련 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결과 오이솔루션은 광트랜시버(광 송신과 수신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치) 관련 핵심특허 4건을 발굴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해외기술협력이라는 거름을 받아 싹을 틔우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국제기술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력을 쌓은 중소기업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력이 좋아지자 한국에 손을 내미는 국가도 늘고 있다. 과거 한국은 돈을 주고 기술을 배워야했지만 이제는 주요 국가와 공동투자를 통해 함께 기술력을 키워간다.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기반을 닦기도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2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체코기술청(TACR)과 ‘한-체코 기술혁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체코 산업통상부가 기술혁신 파트너십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양 기관은 내년에 기술·개발(R&D) 공동프로그램을 신설해 양국간 R&D 과제를 지원한다. 자동차부품과 그린카, 시스템반도체,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 기술분야가 주대상이다.

현재 한국은 6개국과 이런 형식의 R&D 공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6개국은 이스라엘·중국·프랑스·독일·스위스·스페인이다. R&D 공동프로그램은 양국이 함께 자금을 투자하는 ‘양자 펀딩’으로 진행된다. 해외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모든 비용을 한국이 부담했던 과거의 협력 방식과 다르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문재도 산업부 2차관은 “우수한 과학기술을 보유한 체코와 제조업 기술이 강한 양국의 기술 수준이 이번 협력을 통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유럽연합(EU) 시장 조기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 지원도 본격화된다. 한국 정부는 KIAT를 통해 지난해부터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산업기술 공적개발원조(ODA)에 착수했다. 베트남은 세계 1위 쌀 생산국이지만 농기계 산업은 낙후돼 농기계화율이 20%에 머물러 있다. 이에 한국 기업이 베트남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제공한다. 또 국내 퇴직 인력을 활용해 농기계 생산·수리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세계 2위 면화 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에는 현지에 섬유테크노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여기에 필요한 한국산 섬유 기계를 지원한다. 염색·가공 기술도 가르쳐준다.

 정재훈 KIAT 원장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한 한국 만의 강점을 살려 한국형 산업기술 ODA 모델을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산업기술 ODA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를 도우면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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