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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의제·조건 놓고 아직 합의 못한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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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호 3 면

반기문(71·사진)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은 어떻게 될까. 막후 절충을 거쳐 연내 극적으로 성사될까, 아니면 밀고 당기기 끝에 계속 지연되거나 없었던 일이 될까.


한동안 각종 추측이 난무했던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처음 방북 전망 보도가 나온 이후 23일 반 총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 뉴욕의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방북 일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방북을 추진하는 것은 맞는데 일정 등이 확정된 게 없다는 얘기였다. 이달 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듯했던 방북이 모종의 변수나 이유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수용 북한 외상이 유엔을 두 번 방문해 반 총장 측과 방북을 협의했다고 한다”며 “(반 총장이 북한에) 연내에라도 갈 듯한데 현재까지는 물밑에서 양측이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반 총장 측은 어떤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을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방북 조건과 의제 문제다. 그동안 반 총장은 여러 차례 방북 의향을 밝혔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사실상 북한 측이 칼자루를 쥔 셈이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지난 5월에도 반 총장의 개성 방문이 무산된 적이 있다”며 “의제 등에 대한 조율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면담을 계기로 뭔가 선물을 얻어 내려 할 공산이 크다. 김용현 교수는 “유엔은 북한에 4개의 제재 결의안을 작동 중”이라며 “반 총장이 못 간다면 핵 문제 등에서 뭔가 협의가 안 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 총장의 재선 당시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낸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은 “김 제1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지도자인 반 총장을 만나 대화한다면 북한이 바깥 세계와 통로를 열고 숨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반 총장의 임기가 내년 말까지이기 때문에 방북 이후 유엔 총장으로서 역할을 할 시간을 주는 게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총장으로서도 단순한 방북을 넘어 북한의 비핵화의지 천명이나 6자회담 복귀 선언 등 뭔가 손에 잡히는 성과를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12월 중순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반 총장의 방북 성사 여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진행 추이도 변수로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쪽에서는 반 총장의 방북을 ‘반기문 대망론’과 연계시켜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는 분위기다.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국무총리’가 가능한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방북설이 나오자 ‘청와대 교감설’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9월 말 유엔 방문기간에 세 차례 만난 데다 당내 친박계에서도 김무성 대표를 견제할 카드로 반 총장을 줄곧 거론해 왔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동교동계가 적극적이다. 박지원 의원은 ‘뉴 DJP 연합’이라는 반 총장 측 대권 플랜까지 밝히며 반 총장 끌어안기에 나섰다. 박 의원은 “(반 총장은) 햇볕정책을 신봉하는 분”이라고 호평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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