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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보다 회색, 꽃보다 기하학 무늬 ‘모던한 느낌 팍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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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 이 문장은 이제 변해야 할 것 같다. ‘침대는 가구·과학을 넘어선, 강력한 오브제다.’ 침대가 오브제, 효과적인 인테리어 소품인 이유는 그 위를 채우는 침구 때문이다.

올 겨울 침구 트렌드

이불·베개·쿠션 등의 침구는 그 디자인과 스타일에 따라 집안의 전체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 집안에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침구 하나만 바꿔도 답이 나온다. 하지만 무작정 유행만 좇다 보면 ‘오답’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겨울 침구 트렌드와 함께 ‘오답’을 피하는 침구 연출법을 알아봤다.

회색을 ‘예쁘게’ 즐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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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까사블랑은 부드러운 촉감의 사틴 소재로 만든 ‘블랑호텔보더이불세트’를 선보였다.
(오른쪽)이브자리가 내놓은 회색 침구 ‘베르시’. 양면이 다르게 디자인으로 돼 있어 앞뒤를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침구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색상이다. 해마다, 시즌마다 유행하는 침구 색상이 달라진다. 이번 시즌의 색상을 뽑자면 단연 그레이(Gray), 회색이다. 올겨울 침구 트렌드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전문가가 “대세는 그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신영씨는 “지난 몇 년간 북유럽 인테리어가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침구 역시 북유럽 스타일의 모던하고 단순한 디자인이 유행했다. 지난해까지는 검정과 흰색이 북유럽을 대표하는 색이었는데, 올해는 회색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회색은 기존의 북유럽 스타일보다 좀 더 모던하고 정적인 느낌의 ‘소프트 북유럽 스타일’을 완성시켰다”고 설명했다.

회색은 어떤 색과 함께 놓아도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세련되고 따뜻한 북유럽 감성을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회색을 잘못 사용하면 침실 분위기가 차갑고 딱딱해지기 쉽다. 회색 침구를 사용할 땐 여러 색과 잘 어울리는 장점을 살려 좀 더 과감한 색상 조합을 시도해보자. 예를 들어 이불과 베개커버가 회색인 경우, 파랑·노랑·보라 등 전혀 다른 보색의 패브릭 제품을 놓아 마무리하면 차분했던 공간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반전 매력을 얻을 수 있다.

각기 다른 소재를 레이어링하는 것도 회색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소재 레이어링은 패션에 자주 등장하는데,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애용(?)하는 스타일링 방법이다. 침구의 경우, 따뜻한 느낌의 소재와 차가운 느낌의 소재를 함께 사용해 레이어링한다. 예를 들어 이불이 면이라면 그 위에 니트 소재의 쿠션이나 퀼팅 패드를 겹쳐 놓는 것이다. 이럴 경우, 모두 같은 회색이라 하더라도 마치 다른 색을 섞은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리빙 브랜드 ‘이케아 코리아’의 패트릭 실리는 “여러 개의 침구를 겹쳐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는 것이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며 “각기 다른 소재의 침대시트·이불·이불커버·담요 등을 최대한 많이 레이어링해보라”고 조언했다.

의외로 관리 편한 호텔식 화이트 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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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JALLA)의 깔끔한 화이트, 그레이 침구 세트.

올겨울 주목받는 침구 스타일 중 하나는 ‘호텔식 화이트 베딩 스타일’이다. 화이트 베딩은 4~5년 전 몇몇 브랜드가 처음 선보였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침구 브랜드가 화이트 베딩 라인을 제작해 출시할 정도로 인기다. 호텔의 새하얀 침구 속에 푹 파묻혀 느꼈던 포근함과 쾌적함을 잊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난 까닭이다. 침구 브랜드 ‘까사블랑’의 김예성 MD팀장은 “화이트 베딩은 모던부터 앤티크까지, 어떤 스타일의 가구와도 잘 어울린다. 또 본인의 취향에 맞는 쿠션이나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면 품을 적게 들이면서 인테리어 효과는 크게 노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과 호텔식 침구에 대한 로망에도 불구하고 선뜻 도전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흰색인 만큼 관리가 까다로울 것 같기 때문. 하지만 의외로 관리법이 어렵지 않다. 면 100%인 흰색 침구는 한 달에 한 번 표백제와 세제를 넣은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가뒀다가 세탁기에 돌리면 때가 말끔히 사라진다. 침구 브랜드 ‘이브자리’의 고현주 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흰색 침구는 땀, 먼지 등 오염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표백제로 세탁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처음 구매할 때 질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사용할 땐, 매트리스 커버 위에 패드를 두고 사용하면서 패드를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흰색 침구를 선택했다면 베개를 메인과 서브로 나눠, 메인베개는 흰색, 서브베개는 검정이나 회색, 남색 등으로 사용하면 좀 더 안정감 있는 침실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도형·기하학 패턴 인기

프랑스 브랜드 잘라는 다양한 패턴을 믹스매치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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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체크무늬 일변도였던 이불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번 시즌에는 삼각·사각 등 도형과 기하학적 무늬를 적용한 침구가 많이 등장했다. 프랑스 침구 브랜드 ‘잘라’의 최은영 차장은 “도형·기하학적 패턴은 무늬 자체를 강조한 꽃무늬·체크무늬보다 소재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고 했다. 이런 패턴의 침구는 한 가지 디자인만 사용하면 쉽게 질릴 수 있으니 여러 가지 패턴을 믹스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잔잔한 패턴과 굵은 패턴을 조합하거나 아예 다른 패턴을 섞는 ‘믹스매치 스타일링’은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2~3년 전 한창 유행했던 파랑·분홍 등 원색의 극세사 침구에 기하학 패턴의 담요나 도형 1~2개가 그려진 그래픽 쿠션을 구매해 함께 놓아보자. 촌스럽던 이불에 세련된 느낌을 가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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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유행하는 ‘퍼’ 소재와 목화솜으로 만든 쿠션과 담요.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침구는
까사블랑 제품이다.

패턴이 들어간 침구를 구매할 땐, 디자인이 다양해 선뜻 고르기가 어렵다. 이럴 땐 현재 갖고 있는 침구의 디자인을 먼저 살펴보고, 그에 어울리는 패턴을 고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불이 작은 사각형이 반복된 디자인이라면, 크고 굵은 사각형이 강조된 베개·쿠션커버를 선택한다. 이불이 큰 체크무늬면 단색의 베드러너(이불 위에 길게 올려놓는 장식천)나 헤링본 무늬 담요를 함께 놓으면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보온성을 더할 수 있다. 이때 색상은 같은 계열이거나 아예 보색을 선택해야 조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소재별 침구 관리법

거위털 1년에 두 번 드라이클리닝, 양모는 1주에 한 번 일광소독

장롱 깊숙이 보관했던 겨울이불을 꺼내 사용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불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면부터 거위털·양모·극세사까지, 겨울침구는 소재가 다양하다. 소재별 관리법, 세탁법을 제대로 알아둬야 자신에게 맞는 침구를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침실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과 함께 겨울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침구 3가지의 소재별 관리법을 알아봤다.

거위털(구스)=거위는 원래 물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물세탁이 가능하다. 세탁망에 넣어 울코스에서 단독으로 세탁한다. 하지만 물세탁을 자주 하면 유분기가 사라져 보온성이 떨어질 수 있다. 1년에 두 번 정도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맑은 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자주 건조시키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거위털 침구를 사용할 때 가장 골칫거리는 바로 보관. 압축팩에 보관했다가 형태가 잘 돌아오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위털 침구는 속에 공기층이 많기 때문에 누르거나 압축하는 것은 금물. 옷장의 가장 위칸 등 충분한 공간에 보관해서 숨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압축팩에 넣어 납작해졌다면 햇볕에 말려 볼륨감이 살아나도록 한다. 거위털 침구를 구매할 때 무조건 거위털 중량이 높은 것만 고를 필요는 없다. 총 중량이 증가할수록 보온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고르는 것을 권한다. 거위털 중량 600~800g이 사계절용으로 적당하지만 집 내부의 온도가 낮은 편이라면 900~1000g을 선택한다.

양모=물세탁이 가능하지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기능이 더 오래 유지된다. 습기가 찬 상태로 오래 방치하면 양모에 함유된 지방 성분이 변질돼 악취가 날 수 있다. 평소 그늘에서 말리고 1주일에 한 번 정도 일광소독을 해주면 좋다. 압축팩에 보관하면 공기층이 줄어 볼륨감을 잃을 수 있으니 양모 침구 역시 압축팩이나 좁은 공간에 보관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극세사=극세사 침구는 머리카락 200분의 1 굵기의, 가느다란 섬유로 만든다. 보온성이 뛰어나 겨울철 침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알레르기와 세균 방지 기능. 극세사의 섬유조직은 빈 공간이 10㎛(1000분의 1㎜) 정도로 매우 촘촘하기 때문에 그보다 큰 진드기가 파고들지 못한다. 공기 중의 수분을 빠르게 흡수해 합성 섬유보다 정전기가 덜 생기고, 먼지 발생이 적다. 탈수력이 좋아 물세탁이 가능하다. 찬물에 중성세제를 푼 다음 뒤집어서 단독 세탁하면 된다. 단, 섬유조직 사이에 빈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소재 침구보다 자주 세탁해줘야 한다. 극세사 침구를 고를 땐 ‘가짜 극세사’를 구별해야 한다. 유사품은 진드기가 침투할 뿐만 아니라 땀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

신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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