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접속! 해외 서점가]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에 맞서 전범 실체 파헤친 일본의 양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사 이미지

전장 체험자 침묵의 기록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치쿠마쇼보(築摩書房) 출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인 올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유독 평화와 미래를 강조했다. 집단적 자위권 등 안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며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웠고, 한·일 관계와 위안부 문제의 경우 과거사에 대한 사죄 대신 미래 지향을 외쳤다. 하지만 서점가의 최대 화두는 전쟁이다. 패전 70년을 맞아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가해 역사를 지우려는 우익의 역사 수정주의 시도가 강하다. 이에 맞서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전쟁의 진실을 담은 책들을 잇따라 내고 있다.

 일본 근대사 연구자인 호사카 마사야스(保阪正康)가 지난 7월에 출간한 『전장 체험자 침묵의 기록』은 일종의 고백서로서 꾸준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40년 넘게 총 4000명의 옛 일본군 병사를 인터뷰한 후 책을 완성했다. 전쟁은 70년 전에 이미 끝났지만 그가 만난 퇴역 병사에게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상당수는 전쟁의 공포와 정신적 외상을 끌어안은 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지울 수 없는 가해자의 기억이 책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가족에게도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어두운 과거다. 그래서 ‘침묵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었다.

 인터뷰에 응한 옛 일본군 병사들은 속죄 의식을 치르듯 가슴 속 깊이 묻어뒀던 전장의 체험을 증언한다. 다섯 명 중 네 명 꼴인 일본 전후 세대에게 전쟁의 참상과 폐해를 알린다. 저자는 “사라져 가는 전쟁의 기억을 제대로 기록할 때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그 교훈을 발전시켜 나가는 건 젊은 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1939년생인 호사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논픽션 작가다. 30대 초반까지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첫 출세작은 1979년 출간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와 천황의 시대』다. A급 전범 정도로만 알려진 도조의 실체를 드러낸 이 책의 서문에서 그는 “왜 이런 지도자가 시대와 역사를 움직였던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이 나라가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후 일본의 전쟁 DNA를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지난 9월 안보법이 참의원에서 강행 통과되자 “비군사주의를 축으로 한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준전시 체제’로 전환됐다”고 일갈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일본 베스트셀러 (11월 8~14일·인문 분야)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置かれた場所で?きなさい)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겐토샤(幻冬?)=사람은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법.

행복은 당신 마음에 달려있다(幸せはあなたの心が決める),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PHP 연구소=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오히려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

귀찮으니까, 하자(面倒だから、しよう),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겐토샤(幻冬<820E>)=할까 말까 고민되고 귀찮을 때는 하자. 인생 지침서.

살아서 돌아온 남자(生きて<5E30>ってきた男), 오쿠마 에이지 지음,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아버지 인생을 통해 들여다 본 20세기 전쟁의 역사와 일본인의 삶.

괴짜 심리학(ヤバい心理<5B66>), 가미오카 신지 지음, 니혼분게이샤(日本文芸社)=말버릇이나 앉는 위치 등 일상적인 행동을 통해 잠재의식 간파하는 법.

<집계=야에스(八重洲)북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