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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페셜칼럼D

소시지 논쟁의 핵심 아질산나트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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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1113 파리 테러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지고 있는 유례없는 집단광기를 타격할 길은 무엇인지, 혼미스럽다. 일상으로 돌아가 얘기한다면, 그 2주일 전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구로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국제암연구소(IARC)가 육류와 발암의 관련성에 대해 발표했다. 10개국 22명 전문가가 800여 건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라는데, 발암성 관련 분류에서 가공육은 1군(발암물질), 붉은색 고기는 2A군(발암 추정물질)에 포함시켰다. 그 보도에 소비자와 시장은 술렁였다. 가공육은 염장·훈제·건조 등으로 장기간 보존하는 식품을 통칭하므로 그 범위가 넓다. 당장 식탁 위에 오른 고기를 맘 놓고 먹어도 될지, 일단 께름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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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1군이란 발암성의 강도가 아니라 발암 관련 자료가 많다는 뜻이다. 여기엔 담배·석면·비소·카드뮴·다이옥신·여성호르몬·공기오염·자외선 등이 포함된다(118종). 같은 1군이라고 해서 가공육이 담배연기나 석면처럼 위험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2군(발암가능물질 288종)은 2A(75종)와 2B로 나뉘는데, 2B군에는 커피도 들어있다. 3군(발암성미분류물질 503종)과 4군(발암성없는물질)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위험 수위인가. IARC는 가공육을 50g씩 매일 먹으면 대장암 발생 확률이 18% 높아진다 했다. 대장암 발생 확률이 1%인데, 1.18%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장암 발생은 10만 명 당 58명이므로 68명이 된다는 얘기다. 50g은 핫도그 소시지 한 개 또는 비엔나 소시지 5개 정도다. 암예방연합(Cancer Prevention Coalition)은 어린이는 한 달에 핫도그 12개 이하가 적당하다고 한다. 붉은색 고기는 매일 100g씩 먹는 경우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고 했다. IARC는 매일 300g 이상의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한다.

이번 보고서는 조리방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기름에 튀기거나 구울 때에는 발암성의 HCA(이종환식아민)이 생성된다. 육류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거나 훈제를 하면 인체에 해로운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생성된다. 고온에서 튀기거나 굽는 것 보다는 삶거나 찌는 조리법이 유해물질 생성이 덜 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북미육류협회는 “육류와 암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목축업쇠고기협회는 “암의 발생은 너무 복잡해서 고기 같은 어느 특정 원인을 지목할 수 없다.”, 스팸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의 호멜푸드는 “WHO 보고서는 고기 섭취의 이점을 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식품안전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들은 그동안 “업계의 입김으로 가공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더니 이제야 현실을 인정했다.”며 환영했다. 워싱턴포스트, BBC 방송 등 주요 언론은 가공육은 물론 육류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식생활에 경종을 울렸다며 WHO 발표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1948년에 설립된 WHO는 65년에 IARC를 설치했다. 19세기부터 식품안전과 첨가물에 대해 제도적으로 다룬 나라는 미국이었다.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기관이다. 식품 산업화을 주도한 미국을 중심으로 어떤 경로로 오늘의 식품안전 규제에 이르렀는지, 육류 식품 안전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지 간략히 살피기로 한다.

미국의 식품안전 행정은 1862년 5월 링컨 대통령(1861-65년 재임)의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 설립에서 비롯된다. 링컨은 책임자로 화학자(C. M. Wetherill)를 임명, 화학부서(Division)를 출범시킨다. 이것이 오늘날의 식품의약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전신이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2013년)의 뿌리가 1949년 보건부 산하의 중앙화학연구소와 54년의 중앙생약시험장 설치로부터 출발한 것에 비하면 거의 한 세기의 시차가 난다.

남북전쟁(1861-65)의 혼란스런 시기에 화학자로 하여금 농업과 식품안전을 다루게 한 배경이 무얼까. 기록을 뒤져 보니, 바로 그 석 달 전에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Willie)가 열한 살 나이에 열병으로 사망한 기록이 나온다. 원인은 백악관의 식수오염으로 추정됐다.

링컨(1809-65) 대통령은 네 아들을 두었으나 맏이를 빼고는 셋이 죽는다. 애지중지하던 아이들을 둘째(Eddie)는 네 살에 폐결핵으로, 셋째(Willie)는 열한 살에 열병으로, 넷째(Tad)는 열여덟 살에 심장병으로 잃고 만다. 그로 인해 어머니 매리는 정신병원에도 들어갔었고, 링컨은 우울증에 시달렸다.

180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은 철도 확장으로 냉장시설 기차가 달리고, 전기 이용과 축산 포장업이 발전한다. 축산업이 연중무휴로 활기를 띠면서 1865년에는 수입육의 위생 검역 필요성이 제기된다. 1883년에는 와일리(H. W. Wiley)가 화학부서 책임자로 부임해 활약한다. 이듬해 농무부 동물산업국은 병든 소나 돼지의 식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1890년에는 육류 제품 검역이 의무화된다. 1898년에는 식품표준위원회가 설립돼, 와일리가 위원장으로 육류 가공 기준 제정에 나선다. 1901년 화학부서는 화학국(Bureau of Chemistry)으로 개편된다.

1900년대 미국 시장에서는 불량식품이 판을 쳤다. 라벨의 표기성분을 값싼 원료로 바꿔치는 수법으로 꿀에는 글루코즈 시럽을 섞었고 올리브유에는 값싼 면화씨를 섞었다. 심지어 모르핀을 넣은 아기용 시럽이 버젓이 판매된다. 1849년에 선보인 윈슬로우 시럽(Mrs. Winslow‘s Soothing Syrup)은 이가 나느라 근질거려 보채는 아기를 달래 재우는 용도로 모르핀을 쓰고 있었다. 1911년 미국의학협회 보고서는 이 약을 베이비 킬러(Baby Killers)라 불렀다. 놀랍게도 19세기 후반까지도 모르핀, 코카인, 헤로인 등은 기적 같은 치유 효과가 있다며 공공연히 쓰이고 있었다. 50년대까지도 음료 등에 코카인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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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킬러(Baby Killers)`로 불린 윈슬로우 시럽(Mrs. Winslow‘s Soothing Syrup)

하비 와일리(Dr. Harvey W. Wiley, 1844-1930)

와일리는 의학(인디아나 의대)과 과학 학위(하버드 대학)를 받고 30대 후반까지 퍼듀 대학에서 화학교수를 지낸다. 1883년 워싱턴 D.C로 초빙돼 농무부(USDA) 화학부서 책임자로 식품 순도 시험 등 시험법과 안전 기준을 개발한다.

1880년대부터 끈질기게 식품순도법안(pure-food bills)을 제출하지만 강력한 로비에 막혀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한다. 1902년에는 5천불 예산으로 청년자원그룹(‘Poison Squad’)을 구성, 식품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의 안전시험을 시행한다. 1906년에는 드디어 법안(Pure Food and Drugs Act)이 통과된다. 그 험난한 과정에서 의회·식품업계·특허의약품 산업계에 많은 적을 만들게 된다. 결국 그는 1912년에 관직에서 밀려난다. 그날 신문의 헤드라인은 ‘부엌의 파수꾼’이 29년 만에 물러나게 돼 여성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썼다.

그는 1885년 굿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매거진에 참여, 산하 연구소 실험실의 국장으로 19년간 육류 분석과 검사를 한다. 밀가루에 다른 곡물을 섞는 것을 금지시켰고, 제품에 씰(‘Tested and Approved’)을 부착했다. 그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소비자 엠블럼으로 신뢰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는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서도 선구자였다. 일찍이 27년에 담배의 위해성이 의심되며 발암과 관련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굿 하우스키핑사는 그의 말을 믿고 52년부터 담배 광고를 싣지 않는다, 미국의 의무감( Surgeon General)이 흡연의 건강 위해성 보고서를 낸 것이 1964년의 일이었으니 삼십여 년을 앞서간 것이다. 와일리는 1930년 86세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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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하비 와일리의 법안(pure Food and Drugs Act)이 통과됐을 때 그려진 만평. [사진=위키백과]

흥미로운 사실은 한 권의 소설이 육류 식품안전에 대한 경고와 대책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것이다. 1905년에 언론인이자 작가인 싱클레어(Upton Sinclair)가 쓴 정글(‘The Jungle’)이 그것이다. 1914년에 필름으로도 제작되었으나 소실됐다. 저자는 7주일 동안 시카고 정육 공장을 취재하며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얼마나 참담한지를 고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오히려 도살과 육류 가공 포장 처리의 비위생적 상황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소비자가 어떤 건강 위험에 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촉발시킨다. 싱클레어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육류 생산 포장 공장에 대해 연방정부가 검역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와일리는 불량 식품, 불량 의약품과의 전투에서 성공한다. 오랜 투쟁 끝에 1906년 ‘순수 식품과 의약품 법안’(별명 Wiley Act)과 ‘연방 육류 검역 법안’이 통과되고, 두 법안이 같은 날 나란히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다. 1912년 와일리는 공직에서 밀려난 뒤 굿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매거진을 중심으로 과학적인 소비자 운동의 선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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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소비자 운동을 선도한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매거진

1900년대 미국의 식품산업에서는 육류 가공 처리와 유통에서의 부패를 막는 일이 시급했다. 이 때 육가공품 보존에 필요한 아질산나트륨의 최소량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된다. 그 결과 아질산나트륨이 병원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육류의 맛과 색깔을 좋게 하고, 지방의 산패를 막는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로써 안전하게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육류 가공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

1914년 미국에서는 식품 첨가물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U.S. v. Lexington Mill and Elevator Company)이 나온다. 그 골자는 “아질산염이 들어있는 표백 밀가루를 판매 금지시키려면 인체 유해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아질산염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는 불법 식품의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결이었다. 그래서 아질산염은 법적으로 첨가물의 지위를 유지한다. 20년대에는 아질산나트륨의 농도를 평균치에서 69% 낮추는 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위암 치사율이 크게 줄어든다.

1927년 화학국은 살충제까지 다루도록 확대되고, 31년에는 기관 명칭이 FDA로 바뀐다. 이 무렵 캔 식품 품질에 대한 FDA 기준이 설정되는데, 이 때 육류와 유제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38년 의회는 법령에 의해 FDA를 식품안전 기준을 규정하는 기관으로 승격시킨다. 40년에는 FDA의 소속이 농무부에서 연방안전청(Federal Security Agency)으로 바뀐다. 49년에는 산업계 대상의 ‘식품에 든 화학물질 독성 평가 지침’이 제정되는데, 블랙 북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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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미 화학국은 기관 명칭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 바꿨다

1950년에는 의회의 딜라니(James Delaney) 위원회가 식품과 화장품에 든 화학물질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이른바 ‘딜라니 단서’(Delaney proviso)는 “인체나 동물에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첨가물에 대해서 인가를 금지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회 조사에 기초해 54년에 제초제, 58년에 식품 첨가물, 60년에 색소 첨가물에 대한 개정안이 잇달아 나온다. 53년에 FDA가 속한 연방안전청은 보건교육복지부(DHEW)로 확대 개편되는데, 현재의 DHHS(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다.

58년에는 법 개정으로 식품 제조업체가 신규 식품 첨가물의 안전성 입증을 의무화하도록 한다. 이때 식품 첨가물 규제 관련 시험과 인가 절차 의무화에서 두 부류는 제외된다. 그 하나가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다. FDA는 58년에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물질’ 200종을 최초로 등록 발간한다. 옛날부터 해롭지 않다고 알려진 소금·설탕·향신료·비타민·MSG 등이 거기 포함된다.

안전성 입증 의무화에서 면제된 또 하나의 그룹은 58년 식품 첨가물법 개정 이전에 농무부나 FDA가 식품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인정한 리스트였다. 여기에 아질산나트륨과 아질산칼륨이 포함된다. 다만 “만일 위해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는 경우에는 허용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69년에는 FDA가 GRAS로 분류돼 있던 인공감미료 사이클라메이트의 사용을 금지시킨다. 이렇게 되자 닉슨 대통령은 리스트를 리뷰하라고 지시한다. 71년에는 역시 GRAS로 분류돼 있던 사카린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 금지”시킨다. 73년에는 캔 식품에서 보툴리스균 식중독(botulism)이 발생하고 그 대책으로 저산성 식품가공 과정에서 가열처리가 의무화된다.

77년에는 의회가 ‘사카린 연구와 라벨 법’을 제정해서, FDA가 사카린 사용을 금지시켰던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는 대신 “실험실 동물에서 발암의 원인이 된다.”는 경고를 표기토록 한다. 82년에 FDA는 49년도 블랙북 발간의 후속으로 최초의 레드북을 발간, 식품 첨가물에 대한 개정 내용을 발표한다. 이후에 개정된 식품 의약품 관련 규제는 수없이 많다.

식품 첨가물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오른다. 그러나 풍미·향미·영양의 기능성이 강화되면서 오늘날은 3000종에 이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풍미료(flavor, 64%), 영양강화제(7%), 유화제(5%) 순이다. 이번에 나온 IARC의 발표에서 부각된 아질산나트륨은 식품 첨가의 역사가 백년이 넘는다. 냉장육·가공육에 첨가하면 보툴리누스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Clostridium botulinum)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는 단백질 보툴린(botulin)을 생성, 신경세포가 근육섬유를 만나는 부위를 공격해 마비를 일으킨다. 육류 식품을 가열하면 독성 단백질이 파괴되나, 가공육은 가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식중독이 우려된다.

아질산나트륨은 다른 종류의 식중독 미생물의 증식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살모넬라와 대장균에는 효과가 없다. 첨가제 효과는 농도, 산도, 소금, 존재하는 환원제, 철분,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극미량(2-14ppm)으로도 먹음직한 붉은 색깔을 내지만, 저장기간을 늘리기 위해 과량을 넣는다. 색상을 내는 이유는 아질산염의 반응에서 산화질소가 미오글로빈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향미도 좋아지는데 왜 그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질산나트륨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조리할 때 타거나 너무 익게 되면 니트로사민(N-nitrosamines)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발암물질이다. 인체의 위액처럼 강산성 조건이나 가공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 소금을 뿌려 말린 건어물에도 들어있다. 우리나라는 햄·소시지·명란젓· 연어알·고래고기 등에 쓰도록 허용하되, 아질산나트륨 잔류 농도를 70ppm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70년대에는 비타민 C·E 등 항산화제가 있는 조건에서는 니트로사민 생성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후 미국은 비타민 C를 최소 550ppm 같이 넣도록 한다. 식품 제조업체는 효과는 같으면서 값이 싼 대체물(erythorbic acid)을 쓰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70년대에는 발암성을 줄이게 된다. 현재 EU의 규제는 아질산나트륨이나 아질산칼륨 농도를 0.0625% 이하로 제한해서 소금 혼합물(E250)로 쓰도록 하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자연적으로도 존재한다. 인체의 소화과정에서도 생긴다. 야채에도 두루 들어있다(1.1-57 mg/kg). 그러나 시금치, 셀러리 등 채소에 든 것이 위험하지 않은 이유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께 들어있어서다. 고기를 먹을 때 쌈이나 채소와 함께 먹는 이유는 매우 과학적이다. 채소에 든 아질산염 농도는 경작 방식, 비료 사용 빈도와 시간, 햇빛, 기온, 토양 성질 등에 따라 달라진다. 더운 온실에서 키운 채소는 야외 재배보다 아질산나트륨이 더 많다. 수경 재배한 잎이 많은 채소는 재래식 경작에 비해 농도가 높다. 지역에 따라서는 질소 비료, 가축과 인간의 분변 등으로 수질오염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아질산나트륨은 WHO(List of Essential Medicines) 리스트에서 시안화물 독성 치료에 쓸 만큼 중요한 해독제다(sodium thiosulfate 혼합물). 그러나 체중 65kg의 성인에게 4.6g 이상이면 치사량이 될 수 있다. 체내에 아질산염이 많이 들어가면 해롭다. 적혈구의 산소 운반 기능이 저하되는 메트헤모글로빈증(methemoglobinemia)이나 호흡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기들에게는 청색증(blue baby syndrome)이 위험하다. 미국의학협회는 위암·뇌암의 가능성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신은 당신이 먹는 음식이다.(What you are is what you eat.)”란 말은 유명하다. 1820년대 프랑스의 생리학 책에서 “내게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진단을 할 것이다.”라 했고, 1860년대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에서도 “사람은 그가 먹는 음식으로 결정된다.(Man is what he eats.)”고 했다. 매일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기질과 건강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1924년에 식이습관과 건강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H. Lindlahr ‘You Are What You Eat’). 이 주제는 30년대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도 방송돼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60년대 환경운동과 함께 유행을 탄다. 지금도 이 이론은 여전히 성립한다.

우리나라 식품 첨가물 관리는 보건복지부가 62년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217개 화학물질을 지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73년에는 식품첨가물공전 작성으로 첨가물 성분과 각종 기준이 수록된다. 2012년 기준 첨가물은 약 600종이 허용되고 있다. 주무 관청은 96년에 개편된 보건복지부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본부로서, 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을 거쳐 2013년 국무총리실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확대 개편됐다.

2010∼2013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가공육과 적색육을 합쳐 하루에 67.5g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청소년기의 가공육 섭취량이 평균치의 2배가 넘고, 20-30대 남성은 하루 100g 이상의 붉은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한다. 잘 짚어볼 대목이다. 11월에 WHO가 과학적인 근거를 공개한다고 했고 정부는 그것을 보고 후속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육류 생산업 대상의 안전성 강화, 소비자의 식습관 홍보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의 가공육 섭취 실태조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식품도 산업화의 물결을 탔다. 거스르기는 어렵다. 고도의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알짜 영양소를 잃어버리게 되자 이런저런 기능성 성분을 보충하게 됐다. 그러나 ‘인공’이 ‘자연’을 흉내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육류산업에서 식중독 방지의 보존제 등 첨가물을 넣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다. 지나치면 탈이다. 그러니 내 몸 속으로 자연적, 인공적인 과정을 거쳐 들어오는 첨가물이 한계 용량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게 상책이다. 우리 청소년의 가공육 섭취는 평균치의 2배 이상이다. 어릴 때 입맛은 평생 간다. 학교 급식에서도 좋은 식습관 대책이 시급하다. 식품산업화 시대, 정부의 식품안전 규제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나위가 없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