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테러 결단코 타격" IS와의 전쟁에 뛰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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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IS의 시리아 내 원유 생산시설과 유조차를 폭격하는 동영상이 18일 공개됐다. 중국도 IS 척결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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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인질 판징후이를 처형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IS의 영문판 온라인 홍보잡지 다비크.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중국 인질을 살해한 데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IS를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내정 불간섭’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국제 문제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자국인 살해를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IS 척결에 동참하며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국 인질 살해에 초강경 대응
내정 불간섭 외교원칙도 수정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 이어
중국 내 소수민족 대처 강화될 듯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은 IS 극단 조직이 중국 국민을 잔인하게 살해한 폭력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 우리는 인류 문명의 최저 한계선에 도전하는 테러 범죄 활동을 결단코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IS의 잔학한 중국 국민 살해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며 해외 중국 국민 안전을 위한 조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IS는 지난 18일 발간한 자신들의 영문판 홍보잡지 다비크에서 “중국인 한 명과 노르웨이인 한 명 등 2명의 인질을 두 달 전 살해했다”며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숨진 사람은 베이징 출신 방송·광고 프리랜서 컨설턴트인 판징후이(樊京輝·50)와 노르웨이인 올레 요한 그림스가드 오프스테드(48)다. IS는 지난 9월 초 다비크에 두 사람의 사진을 게재하고 몸값을 요구했다. IS가 두 달 전 두 사람을 살해했다고 밝힌 걸 감안하면 몸값 요구 직후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오전 성명에서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미의 “법적 처벌(繩之以法)”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는 또 “인류 양심과 지성·도덕의 최저 한계선 무시” “인간성이 소멸한 폭력 행위” 등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중국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테러범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제사회와의 반테러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 또 타격은 유엔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유엔을 중심으로 한 IS 척결을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IS 타격을 견제한 발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방안보포럼에서 ‘관련국 동의’를 전제로 준군사조직인 무장 경찰이 외국에서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반테러법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국이 국제 문제에 무력 대응을 포함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자국 내 테러에 초강경 대응하고 있다. 미 자유아시아 방송은 중국 공안이 지난 9월 신장(新疆) 위구르족 자치구에서 50여 명이 숨진 탄광 테러 용의자 17명을 사건 발생 약 2개월 만에 전원 동굴에서 폭살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폭살자 중에는 테러에 가담하지 않은 부녀자 4명과 어린이 3명이 포함돼 있어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공안은 “테러분자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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