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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텔 손님, 전용기로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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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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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항공기 1등석을 ‘하늘의 특급호텔’이라고 한다. 비행 중이지만 최상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항공기 1등석의 서비스를 뛰어넘어 정말로 하늘에 특급호텔을 띄운 곳이 있다. 세계적인 최고급 호텔 브랜드인 포시즌스호텔앤리조트다. 지난해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Private Jet)’ 서비스를 시작, 전용기를 운영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호텔이다.

맥케이 포시즌스 아태 사장
200명 타는 보잉기 52석으로 개조
3주간 10개국 관광지 돌며 여행
앱 하나로 모든 호텔 서비스 가능

 “포시즌스도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과 규모로는 경쟁할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굉장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윌리엄 맥케이(사진) 포시즌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우리의 경쟁력은 인테리어도, 입지도 아닌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 문을 연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투숙객을 위한 전용기 서비스를 ‘굉장한 경험’의 예로 들었다. 2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보잉 757 항공기를 52석으로 개조했다. 검은색 동체에 포시즌스라는 이름과 로고가 선명하다. 좌석은 수공예 가죽, 기내 담요는 최고급 캐시미어다. 기내식은 포시즌스의 총괄 셰프와 수석 셰프가 함께 비행기에서 만든다. 식재료도 미리 싣지 않고 기착지에서 신선한 재료를 현지 구매한다. 전용기를 타고 10개국 관광지를 현지 포시즌스호텔에 숙박하며 3주 남짓 여행하는 비용이 1인당 13만2000달러(약 1억5500만원)다.

 ‘굉장한 경험’은 값비싼 서비스 뿐 아니라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맥케이 사장은 “지난 6월에는 전세계 포시즌스 예약과 체크인은 물론이고 호텔의 모든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요청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앱 하나로 다림질 신청, 네일숍 예약부터 투숙할 방의 침대 매트리스를 탄탄한 것으로 할지, 부드러운 것으로 할지까지 다 고를 수 있다. 맥케이 사장은 “모바일 세대가 아닌 나도 쉽게 쓸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며 웃었다. 실제로 포시즌스호텔서울 객실에 있는 태블릿PC로 이 앱을 이용해 가글액을 요청해봤다. 약 5분만에 객실 문을 똑똑 두드리며 직원이 가글액을 쟁반에 받쳐서 가져왔다. 맥케이 사장은 “최근 20년 동안 호텔의 디자인, 건축 자재 등이 매우 중요해졌다”면서도 “그래도 ‘정말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드는 건 결국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주 쉽고 간단해보이는 일이야말로 정말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총지배인이 아니라 고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직원들”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 포시즌스호텔의 총지배인 11명도 “우리 같은 총지배인도 항상 로비에 서 있거나 레스토랑을 다니며 손님들을 응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시즌스는 현지 문화를 반영해 호텔을 짓기 때문에 외관도 인테리어도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의 경우 한국 작가의 현대 미술작품과 도자기, 문갑 등으로 장식했다. 유일한 공통점이 작은 리조트부터 객실이 400개 넘는 대도시 호텔까지 공통적인 서비스다. 이날 만난 토드 실라노 포시즌스모리셔스 총지배인은 “총지배인인 내가 손님에게 ‘어젯밤에 수프를 안드셨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네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느냐’며 깜짝 놀라면서 즐거워한다”며 “포시즌스식 서비스는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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