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심…복역 15년 8개월째에 새국면, 결정적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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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심'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친부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심'

'부친 살해' 무기수 김신혜 재심…15년 만에 새국면

친부 살해 혐의로 15년 8개월째 복역중인 무기수 김신혜의 재심이 결정됐다.  

2000년 3월 7일 오전 5시50분쯤 전남 완도군의 한 마을 버스정류장 앞 도로. 당시 53세이던 주민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깨진 자동차 부품이 널브러져 있어서 누가 보더라도 뺑소니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도 당초 차량이 주민을 치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다 시신 발견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시쯤 사망자의 딸인 당시 23세의 김신혜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경찰은 서울에 살다가 사건 무렵 고향집을 찾은 김씨를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가 수면제가 든 술을 아버지에게 먹이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뺑소니로 사건을 위장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김씨 아버지의 시신에는 외상이 없었다.

경찰은 범행 동기로 성추행과 보험금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김씨가 청소년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해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또 김씨 아버지 앞으로 보험이 8개나 가입된 점도 확인했다며 근거로 제시했다.

김씨의 주장은 다소 오락가락했다.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구체적인 수법에 대해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아버지의 성추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때그때 진술이 달랐다. 그러다 검찰 수사가 끝날 무렵에는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거짓 주장을 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법원의 판단은 일관됐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2008년 8월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광주고법도 그해 12월 2심에서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듬해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 김씨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했다. 교도소 내 근로인 출역도 거부했다.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교도소 측이 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수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가 무시됐고 폭행과 강요에 의한 거짓 자백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사연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은 지난 1월 재심을 청구했다. 김씨가 복역한 지 15년 만이다. 법원은 지난 5월 재심 심문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6개월 만에 재심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은 또다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부장 최창훈 지원장)는 18일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떠나 수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영장 없이 강제 수사인 압수수색을 하고 이 과정에 사법경찰리가 참여한 것처럼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와 허위공문서 작성죄 등을 저질렀다는 판단이다.

김씨가 현장 검증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영장 없이 장소를 이동하게 하고 의무가 아닌 범행 재연을 하도록 한 점도 재심 대상이라고 봤다. 이런 점들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이는 만큼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따라 재심 사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 측이 주장한 경찰의 협박과 폭행, 김씨 고모부의 허위 증언, 사망한 아버지의 혈액에서 검출된 독실아민의 농도라면 수면제 100알을 먹여야 해 범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해 여전히 인정하기 어렵거나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친부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심'…15년 만에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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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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