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서울 고속도로 출퇴근 3600원 … “너무 비싸 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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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구민, 과도한 통행료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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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주민이 용인서울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첫 통행료를 내는 서수지 톨게이트. [사진 수지발전연합]

수지·판교·광교 주민 9200억 징수해 건설
“다른 지역 운전자와 똑같이 내는 건 부당”
민간 자본도 5500억 들어가 통행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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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수지 시민단체와 아파트 동대표들이 인근 버스 정류장 앞에서 통행료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수지발전연합]

지난 11일 오후 수지구 성복동의 서수지IC 입구. 서울로 통하는 서수지 톨게이트와 300m 떨어진 곳에서 주민 60여 명이 모여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통행료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수지구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박병태 총연합회장은 “매일 출퇴근 시 왕복 4000원가량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비싼 돈을 내는 수도권 주민은 수지구민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 23㎞에 달하는 용서고속도로와 수지구가 맞닿은 서수지IC에서 서울 양재동까지의 거리는 약 17㎞. 이 도로를 이용하면 서수지 톨게이트에서 1000원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약 12㎞를 운전한 뒤 금토영업소에서 800원을 또 내야 한다. 직장인 윤모(47·신봉동)씨는 “평일에만 출근한다고 해도 이곳 통행료로 한 달에 1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비싼 통행료 때문에 일부 주민은 분당 근처 동천동 방향으로 우회해, 용서도로의 중간쯤 위치한 서분당IC로 진입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5~10분가량을 우회하면 첫 통행료(1000원)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판교로 이동해 판교 톨게이트에서 1000원의 통행료를 내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도 있다. 자동차 운행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주민 편의를 위해 도로를 지었다는데 비싼 통행료 때문에 이용을 못하고 있다. 사람들로 꽉 차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광역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용서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비싸다는 민원이 많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통행료를 총 2000원에서 1800원으로 최근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최근 서수지 톨게이트 통행료를 1100원에서 1000원으로, 금토영업소 통행료를 900원에서 800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몇몇 주민들은 통행료를 아예 폐지하거나, 톨게이트를 서수지IC로부터 남쪽으로 6㎞가량 떨어진 흥덕IC로 옮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행료를 내는 톨게이트를 흥덕IC 아래로 옮기면 수지 주민들은 통행료를 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로 건설비를 부담치 않은 다른 지역 운전자와 똑같이 통행료를 내는 건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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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서울고속도로의 전신은 영덕양재고속도로다. 이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개선대책’이 발표된 건 2000년이다. 당시 서울과 분당·수지를 잇는 유일한 도로였던 경부고속도로에 사람이 몰리며 교통 체증이 심해지자 이를 완화하려 새로운 고속도로를 짓기로 한 것이다. 이어 용인 수지, 수원 광교 신도시 개발이 잇따르면서 경기토지공사와 LH 등은 용인 수지 주민뿐 아니라 흥덕, 분당 판교와 수원 광교 주민들로부터 약 9200억원가량을 징수해 도로 건설비로 썼다. 용서고속도로가 개통된 건 시공 4년 만인 2009년 7월이다. 하지만 최근의 판교 주민들은 용서고속도로가 아닌 경부고속도로를 더 많이 이용하는 실정이다. 경부고속도로가 더 가깝고 이용하기 편리해서다. 경기도의원을 지낸 우태주 수지발전연합 상임대표는 “판교 주민들은 당시 용서고속도로 건설비를 내고도 실질적인 혜택을 못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서고속도로 건설에는 주민 돈뿐 아니라 민간 자본도 쓰였다. 대우건설 등 7개 기업이 출자한 ‘용수고속도로 주식회사’가 단독으로 입찰하고 건설해 민자고속도로다. 이 회사는 도로 개발에 약 5500억원을 들였고, 현재 서수지영업소(수지구)·금토영업소(수정구) 등 두 곳의 톨게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서수지영업소 관계자는 “주민의 돈이 함께 들었기 때문에 다른 민자도로인 인천공항고속도로(6600원), 서울외곽북부구간(4800원), 서울춘천고속도로(6500원)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게 책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행료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신봉동에서 만난 한 50대 주부는 “(개발 직후) 수지 아파트값이 일제히 오르는 등 용서도로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그런데 이제 와서 통행료를 폐지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김익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통행료는 도로 운영비로 쓰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민자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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