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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설계자도, 도주한 용의자도 몰렌베크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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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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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설계자로 지목된 벨기에 몰렌베크 출신의 압델하미드 아바우드. 올해 2월 이슬람국가(IS) 홍보잡지 다비크에는 그가 쿠란과 IS 깃발을 든 사진이 실렸다. IS 깃발에 쓰인 글은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흰색 원 안의 검은 글씨는 ‘무함마드는 신의 전령사’라는 뜻이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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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이슬람 극단주의자 활동 거점인 몰렌베크가 파리 테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러범 이브라힘·살라 압데슬람 형제에 이어 테러의 ‘설계자’ 역할을 한 인물도 이 지역 출신으로 밝혀지면서다.

프랑스 언론, 27세 아바우드 지목
1월 벨기에서 테러 시도하다 도망
유일한 생존 범인 26세 압데슬람
벨기에 경찰 체포 나섰지만 실패

 프랑스 언론들은 현재 시리아에 있는 몰렌베크 출신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이번 테러의 설계자라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바우드는 올해 초 이슬람국가(IS) 영문 홍보잡지인 ‘다비크’와의 인터뷰에서 “벨기에는 무슬림을 공격하는 십자군 동맹의 일원”이라며 테러를 예고했다. 아바우드는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 벨기에에서 대규모 테러를 시도하려다 적발돼 시리아로 도주했다. 벨기에 당국은 총격전 끝에 관련자 2명을 사살하고 아바우드의 동료 칼리드 제르카니를 체포했다. 아바우드는 지난 7월 궐석재판에서 IS 조직원 모집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벨기에 특수부대는 이날 정오 무렵 몰렌베크의 한 건물에서 파리 테러범 중 유일한 생존자 살라 압데슬람(26)의 체포 작전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벨기에 검찰은 “체포 작전이 계속 진행 중이며 건물 안에 압데슬람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살라 압데슬람은 IS가 ‘8명의 형제들’이라고 부른 테러범 중 하나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자로 몰렌베크 출신이다. 형 이브라힘(31)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해 숨졌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동생은 벨기에로 탈출했다가 체포됐다.

 살라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직후인 지난 14일 새벽 2명의 동료들과 프랑스·벨기에 국경에 나타났지만 프랑스 경찰은 신분증만 확인한 채 통과시켰다. 바타클랑 극장 테러에 사용된 검은 폴크스바겐 폴로 차량을 살라 압데슬람이 빌린 사실을 프랑스 당국이 알았지만 국경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당국은 뒤늦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국제 수배하는 등 체포 작전에 나섰다. 수사팀은 그가 몰렌베크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포위망을 좁혀왔다.

 프랑스는 이날 새벽 대규모 대(對)테러 작전을 벌여 23명을 체포하고 104명을 가택 연금했다. 파리 테러 관련자 체포 및 추가 테러에 대비한 수색 작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 무기를 찾아냈다. 대테러 부대 GIPN, 경찰특공대 RAID 등이 투입된 이날 작전은 파리 교외 보비니와 남동부 리옹, 벨기에 접경지역 주몽, 남부 툴루즈, 동부 그르노블 등 프랑스 전역에서 진행됐다.

 파리 검찰은 이날 테러범 사미 아미무르(28)의 신원을 추가 공개했다. 작전팀은 그의 가족이 살고 있는 보비니를 급습해 수색 작전을 벌였다. 파리 출신인 아미무르는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해 숨졌다.

 작전팀은 또 리옹에서 AK소총·권총·로켓포 등 중화기를 찾아내고 관련자 5명을 체포했다. 툴루즈에선 2012년 유대인 학교 총기 난사사건 범인인 무함마드 메라의 집과 주변을 수색해 3명을 체포했다. 주몽에선 도로 일부를 폐쇄하고 수색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그르노블에서도 15곳 이상을 급습해 5명을 체포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비상사태법에 따라 이날 작전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해 사망한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29)와 압데슬람 형제, 이날 공개된 사미 아미무르 등 4명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프랑스 당국자를 인용해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인근에서 자폭해 숨진 빌랄 하드피(20)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15일 보도했다. 벨기에 거주 프랑스 국적자로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옆에서 아메드 알무함마드(25)란 이름의 여권이 발견됐던 테러범은 지문 대조 결과 지난달 난민과 함께 그리스에 들어왔던 인물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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