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일색 인터넷신문 중도·보수 목소리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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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온라인 신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진보.개혁 진영의 텃밭처럼 여겨졌던 사이버 공간에 중도 및 보수를 표방하는 인터넷 신문이 잇따라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중앙.조선.동아 등 '종이 신문' 강자들도 인터넷 뉴스를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도.진보.보수, 군웅할거="이념간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제 침묵했던 중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 19일 서울 4.19 혁명기념 도서관. 박세일 전 청와대 수석.안병영 전 교육부장관.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서경석 목사.강원일 변호사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는 8월 15일 창간 준비호를 내는 인터넷 신문 '업코리아(UPKOREA)'의 발의자 대회였다. 이들은 색깔과 이념을 초월한 권위있는 신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종합지 성격의 인터넷 신문은 진보를 내세운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하지만 독립신문과 사이버뉴스24 등 보수를 표방하는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이념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지난달에는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등이 합리적 보수를 내세우며 '뉴스앤뉴스'를 창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당보 차원을 넘은 인터넷 신문을 올 하반기 창간한다. '다음' 등 포털 사이트들도 미디어 기능을 확대 중이다. 웹진 성격의 서프라이즈.시대소리 등도 어젠다(의제) 설정 기능을 강조한다.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형국이다.

일간지, 인터넷 뉴스 강화 바람="인터넷 세상에선 5분만 늦어도 정보 가치가 없다. 1백만명의 클릭이 5분에 달렸다." 인터넷 뉴스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금과옥조로 통하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일간지 인터넷판들이 조흥은행 파업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은 TV 생중계를 방불케 했다.

그동안 일간지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신문은 종이 신문 뉴스를 재가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주요 일간지들은 올 들어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취재 인력을 늘렸다.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의 경우 10여명의 기자가 별도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속보는 물론 종이신문에 실리지 않는 기사들을 '온리(only)'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추세를 볼 때 인터넷 뉴스 강화 바람은 앞으로도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신문의 현재와 미래=인터넷 신문의 활황은 우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된 인프라 덕분이다.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발휘됐던 2030의 힘을 본 중도.보수 진영이 인터넷을 영향력 확대의 장으로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기존 신문들은 온라인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원 소스-멀티 유즈(One Source-Multi use)'라는 세계적 흐름을 실현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신문의 무한경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까. 업계에선 전체 파이가 커지는 만큼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언론학자들은 인터넷 신문의 홍수를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정보의 질과 함께 의제설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터넷 신문이 확실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거품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건 벤처산업 붐과 붕괴를 통해 배운 교훈이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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