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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전쟁 중…테러범 색출에 정권 사활 걸어

중앙일보

입력

2005년 이후 10년 만에 ‘비상사태법’을 발동시킨 프랑스가 16일(현지시간) 새벽 대대적인 대테러 작전을 벌였다. 파리 테러 주범 가운데 1명인 살라 압데슬람(26) 체포작전과 함께 요주의대상으로 지목된 인물과 지역에 대한 테러예방차원의 수색작전도 진행됐다.

이날 작전은 파리 교외 보비니와 벨기에 접경지역 주몽, 난민캠프가 있는 칼레와 남부 툴루즈, 동부 그르노블까지 프랑스 전역에 걸쳐 밤새 진행됐다. 작전에는 프랑스 경찰과 대테러부대 GIPN, 경찰특공대 RAID 등이 투입됐다.

작전팀은 툴루즈에서 2012년 유대인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무함마드 메라의 가택과 주변지역에 대한 수색을 벌였다. 3명의 거동수상자를 체포하고 불법무기도 확보했다고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르노블에선 15곳 이상의 장소를 급습해 5~6명을 체포했고 주몽에서도 50대 이상의 특공대 차량이 마을 전체를 수색했다고 한다. AFP통신은 영장 없이 수색·체포가 가능한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작전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비상사태법’은 1955년 당시 식민지였던 알제리 소요사태 대응을 위해 만든 준(準)계엄법이다. 각료회의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의결하면 영장 없이 주·야간 수색과 체포가 가능하며 야간통행금지도 시행할 수 있다. 84년 뉴칼레도니아 등 옛 식민지 소요사태 때 발동됐고 2005년 파리소요사태 때 프랑스 본토에서 처음 발동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테러 직후 각료회의를 열어 이 법을 발동했다.

하지만 도주 중인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26)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특히 압데슬람과 2명의 동료가 테러 직후인 14일 새벽 국경수비대의 검문을 받고도 벨기에로 입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랑스 당국을 당혹케 하고 있다. 테러에 사용된 검은색 폴크스바겐 폴로 차량을 빌린 인물이란 사실이 국경수비대에 공유되지 않았던 탓이다.

수사당국은 뒤늦게 압데슬람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추적중이다. 경찰은 “(압데슬람이)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며 마주치게 되면 접촉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압데슬람은 이슬람국가(IS)가 ‘8명의 형제들’이라고 부른 파리 테러범 중 유일한 생존자다. 벨기에 태생 프랑스 국적자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활동거점인 몰렌베크 출신이기도 하다. 형 이브라힘 압데슬람(31)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해 숨졌고,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동생은 벨기에로 탈출했다가 붙잡혔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해 사망한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29)와 압데슬람 형제 등 3명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언론들은 프랑스 당국자를 인용해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인근에서 자폭해 숨진 빌랄 하드피(20)의 신원도 확인했다고 15일 보도했다. 하드피 역시 벨기에 거주 프랑스 국적자로 시리아 내전 참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숨진 또 다른 테러범 시신 옆에서 아메드 알무함마드(25)라는 이름의 시리아인 여권이 발견됐으나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날 이라크 정보당국을 인용해 파리 테러범 중 일부가 IS 수도 락까에서 훈련 받았으며, 테러에 직접 참여한 19명과 장비수송·계획 등을 담당한 5명 등 모두 24명이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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