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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횡령 구설수' 경남 FC, 이번엔 심판 매수 의혹

중앙일보

입력

전 대표이사가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프로축구 경남 FC가 이번엔 심판 매수 의혹에 휘말렸다. 2부리그 강등을 막기 위해 당시 프로축구 K리그에서 활동하던 심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외국인 선수 계약금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안종복 전 경남 FC 사장으로부터 지난 달 말 "재임기간인 2013~2014년 사이에 경남 지역 출신 심판 약간 명에게 돈을 주고 유리한 판정을 부탁했다"는 진술을 받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전 구단 스카우트 P씨가 안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아 심판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환해 조사했다. 이를 통해 P씨로부터 "내가 돈을 건넸다"는 자백과 함께 해당 심판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남 구단의 뇌물 수수 의혹에 연루된 심판은 주·부심을 합쳐 5명이다. 그 중 주심 A씨와 부심 B씨는 현재 K리그 심판 겸 국제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나머지 3명은 K리그 심판 임용 테스트에서 탈락해 K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조사를 진행한 5명 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경남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의 핵심은 돈을 받은 심판들이 실제로 경남 구단에 유리한 판정을 했는지 여부다. 해당 심판들은 "판정을 통한 승부조작 시도는 일절 없었다. 돈을 받긴 했지만 동향 축구인들끼리 격려하는 차원으로 알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돈을 전달한 이후 경남이 치른 21경기 경기 동영상을 확보한 검찰이 일일히 확인 작업을 했지만, 고의적인 오심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심판위원장이 직접 부산지검에 출두해 심판배정 시스템을 설명하는 등 검찰 조사에 적극 협력했다. 해당 경기 동영상은 심판위원회가 거듭 정밀 분석했지만, 경기 결과나 흐름을 바꿀 만한 오심은 없었다"면서 "의심 받는 경기의 경남 승률이 당해 시즌 승률에 못 미친다는 데이터도 있다. 금전 수수 여부와 상관 없이 실패한 로비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 2013년 K리그 클래식 14팀 중 11위로 간신히 1부리그에 턱걸이했지만, 2014년에는 12팀 중 11위에 그친 뒤 2부리그 2위 광주 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패해 강등됐다.

검찰 관계자는 "경남이 자신들의 경기가 아닌 제2, 제3의 경기를 로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제보도 있어 수사 중"이라면서 "예를 들어 다음주에 경남이 C구단과 경기를 갖는다면, 이번 주에 C팀의 주축 선수들에게 미리 옐로카드를 몰아줘 경남전에 결장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강등 탈출 경쟁 중인 상대팀 경기에 불리한 판정을 주문했을 가능성도 함께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경남 구단의 심판 매수 의혹이 리그 전체로 퍼져나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남의 심판 스캔들이 축구계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부산지검에는 '모모 구단이 심판을 매수해 승수를 쌓았다'는 내용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보 중에는 꽤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아직까지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없다"면서 "장기적인 수사를 통해 차근차근 혐의를 밝혀가겠다. 무리한 수사로 K리그 막바지 흥행에 타격을 주는 상황은 우리 또한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연맹은 "일단 검찰 수사 추이를 지켜보겠다.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되는 축구인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프로축구 무대에서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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