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6세 딸 체벌하다 숨지게 한 엄마…법원 집행유예 ‘선처’

중앙일보

입력

6살 난 딸을 체벌하다 숨지게 한 엄마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4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정씨는 몇년 전 남편이 지병으로 숨지면서 다섯 명의 딸을 혼자서 키워왔다. 어렵게 생활을 꾸려가던 중 정씨는 6세인 넷째 딸의 도벽을 알게 됐다. 이 문제로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고 아이가 하교할 때 학교까지 마중 나가 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아이의 도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어느 날 화가 난 정씨는 아이를 벌주려고 벽을 보고 앉아있게 했다. 그러다 아이가 조는 모습을 보자 더 화가 나 아이의 얼굴과 팔, 다리 등을 수차례 때렸다. 아이 손목을 잡아당기는데 장식장 모서리에 아이 머리가 부딪히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정씨는 급히 병원으로 딸을 옮겼지만 결국 다발성 외상 등으로 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모두 정씨에게 징역 2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항소심에서 정씨는 “어린 딸이 도벽 습성을 보인 것도 엄마의 관심을 받으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좀 더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해 후회된다”고 반성했다.

재판부는 “형사 책임이 엄중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간절히 요구하는 남은 딸들의 곁에서 속죄할 수 있도록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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