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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혼합형 펀드에 우르르 5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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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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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펀드 시장에서 채권혼합형 펀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위험 중수익’ ELS 몰락
저금리 속 안전추구형 증가
KB에만 올들어 3조원 몰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4조9087억원이 빠져나가는 사이 채권혼합형 펀드엔 5조1042억원이 몰렸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모인 KB가치배당40펀드는 1조3966억원을 빨아들였을 정도다. ‘존 리 펀드’로도 잘 알려진 메리츠코리아펀드(1조2433억원)가 모은 자금보다 크다.

 퇴직연금 펀드가 채권혼합형 펀드 인기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퇴직연금 펀드에 올해만 3조7580억원이 모였는데, 이 중 32%(1조2009억원)가 채권혼합형이었다. 올 6월까지 퇴직연금 내 주식형 펀드 비중이 40%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퇴직연금배당40 펀드는 채권혼합형 펀드 중 두번째로 많은 자금(7280억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채권혼합형 펀드의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퇴직연금 펀드를 제외하고도 4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중위험 중수익 대표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몰락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2010년 25조90억원에 불과했던 ELS 발행금액은 지난해 71조80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년 동기보다 71% 늘어난 47조3500원 규모의 ELS가 발행됐다. 하지만 3분기엔 17조1000원으로, 전분기보다 25% 급감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중국 홍콩항생기업(H)지수가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구간 근처까지 급락하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채권혼합형 펀드에 관심이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면서 안전지향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혼합형 펀드를 가장 많이 판 곳이 국민은행·우리은행이었다”며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안정 추구형 은행 고객의 투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 시장에선 메리츠운용이 흥행에 성공했다면 채권혼합형 펀드 시장에선 KB자산운용이 최고 인기였다. KB자산운용 채권혼합형 펀드엔 3조53억원이 쏠렸다. 전체 채권혼합형 펀드 유입액의 59%에 달한다. 유성천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상무는“2006년 설정돼 운용되던 퇴직연금배당40을 일반 채권혼합형 펀드(KB가치배당40 펀드)로 내놓은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1조3966억원을 끌어모은 이 펀드는 ‘최웅필 펀드’로 불린다. 투자금의 40%가 투자되는 가치배당 펀드를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최웅필 주식운용본부장이 운용해서다. 유 상무는 “자금 60%가 투자되는 국공채·단기채 펀드는 운용사 간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 펀드가 연초 이후 5%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가치배당 펀드의 선전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KB밸류포커스펀드, KB중소형밸류포커스펀드를 운용하며 가치투자 펀드 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출신으로, 이 회사 부사장이자 가치투자 1세대로 평가받는 ‘이채원 사단’으로 분류된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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