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은 돌고래 수출국?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사진설명 : 거제씨월드에서 공연하는 돌고래들. [사진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기사 이미지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시 김녕 앞바다에 방사되는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제돌이ㆍ태산이ㆍ복순이….
꽤나 귀에 익은 이름일 겁니다. 돌고래들입니다. 불법 포획된 뒤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서울대공원에 있다가 결국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하나같이 돌고래 쇼를 하다가 자연의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사뭇 다른 운명을 맞은 돌고래들이 있습니다. 수컷 세티를 비롯해 암컷 옥토ㆍ노바ㆍ셈바ㆍ섬머 등 4~6살 돌고래 다섯 마리입니다. 돌고래 쇼 등을 했던 건 제돌이ㆍ태산이와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터키로 팔려가 계속 같은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세티 등은 지금 경남 거제씨월드에 있습니다.‘돌고래와 헤엄치기’같은 체험 프로그램과 돌고래 쇼를 하는 ‘돌고래 테마파크’입니다.

이들의 고향은 일본 바다입니다. 2013년 5월과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씨월드에 왔습니다. 몸값은 마리당 50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와카지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잡혔습니다. 다이지 마을은 매년 돌고래 사냥을 합니다. 수백 마리 돌고래를 빠져나갈 수 없는 곳으로 몰아서는 대부분을 죽이고 나머지는 수족관 등에 파는 전통이 있습니다. 유럽 각국은 이렇게 야생에서 잡힌 돌고래를 사고 팔지 못하도록 했습니다만, 한국과 일본은 ‘수족관이나 연구목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고 있어 수입할 수 있었습니다.

돌고래와 흰고래 20마리가 있는 거제씨월드가 세티 등을 팔기로 결정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운영 수익이 예상만큼 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사가는 곳은 터키 악수(AKSU) 수족관입니다. 파는 값은 마리당 2500만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돌고래 수출에 관한 허가도 받았습니다.

혹시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기지 않았는지요. 제돌이ㆍ태산이는 왜 풀어줘야 하고, 세티는 왜 다른 나라에 팔아넘겨도 되는 건지 말입니다. 그건 돌고래를 어떻게 얻었는지에 차이가 있어서입니다. 제돌이ㆍ태산이는 국내에서 불법 포획한 돌고래였고, 세티는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포획한 뒤(일본은 돌고래 포획을 금지하지 않나 봅니다) 또다시 합법적으로 국내 수입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그래서 제돌이 등은 “불법 포획했으니 놔주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만, 세티는 수출이 허용된 겁니다.

하지만 세티 수출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이 돌고래 우회수출국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이렇습니다. 야생에서 잡힌 돌고래를 사들이는 걸 금지한 유럽이지만, 야생 포획된 돌고래가 제 3국의 시설을 거쳐 들어오는 건 막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잡은 돌고래를 거제씨월드가 갖고 있다가 유럽이나 세계 각국의 수족관 등에 보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거제씨월드가 일본의 돌고래 우회수출 중간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번 터키 수출 또한 이런 식의 우회수출 아니냐고 환경단체들은 보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터키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야생 포획한 돌고래 수입을 금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돌고래를 데려다 놓는 건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워낙 유럽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유럽 선진국 기준으로 봐도 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이 돌고래를 들여왔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일본에서 야생 포획한 뒤 한국을 경유해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생각입니다. 거제씨월드 소유주가 터키 악수 수족관 지분도 갖고 있다는 게 이런 분석이 나오도록 자극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거제씨월드는 “절대 아니다”라고 합니다. “우회 수출을 하려면 최소 1년, 최대 2년 넘게 거제씨월드 뒀겠는가. 또 우회 수출이 목적이었다면 마리당 5000만원에 들여와 2500만원에 넘길 리가 없지 않는가. 거제씨월드 운영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진짜 속내가 무엇이든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한국은 돌고래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수출 대국이 되는 건 반갑지만, 돌고래까지 수출하는 게 그리 반갑게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