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건강] 섬유근통 증후군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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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온 몸을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던 경험이 있습니까?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고통에 날마다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섬유근통(纖維筋痛)증후군이란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다. 유병률은 선진국 통계상 인구의 1~4%선. 우리나라는 아직 조사자료가 없다. 단지 20~60대 여성에게 흔하며, 남자보다 여자 환자에게 5배 가량 많다는 것 정도만이 알려져 있다.

1년 전부터 온몸이 만지는 곳마다 아팠다는 A씨(40.여). "손발이 시리고 저리며, 소화도 안 되고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을 할라치면 만사가 귀찮고 짜증만 났다는 것. 또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을 청해도 나쁜 꿈만 꾸고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처음엔 '신경을 너무 쓴 탓이 아닐까'생각해 오래 쉬어도 봤지만 몇 달이 지나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차츰 심각한 병에 걸린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자 처음에 걱정하던 남편조차 이제는 "의사가 괜찮다는데 혹시 꾀병이 아니냐"며 의심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A씨는 최근 진통제를 받으러 간 동네의원 권유에 따라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한 끝에 섬유근통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A씨처럼 본인은 괴롭지만 검사상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아직 병의 정확한 원인도 모른다.

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심한 고부갈등 등 만성적으로 심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단은 압박용 의료장비로 4kg/㎠의 압력을 눌렀을 때 생기는 11개 이상의 압통점을 파악했을 때 내린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압통점이 있다고 모두 이 병은 아니다. 다시 염증 반응.자가면역질환 검사에서 정상임을 확인해야 한다. 또 이 질환은 스트레스가 중요한 원인이지만 각종 신경증(노이로제) 등 정신과 질환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다.

일단 이 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자신의 병이 심각한 원인 때문에 생긴 치명적인 만성병이 아님을 확신하고 안심하는 게 중요하다. 단 만성병 환자가 이 병도 앓을 수는 있다.

배교수는 "발병한 지 1~2년 이내인 경우엔 나쁜 병이 아니라는 말에 안심을 하지만 5년 이상 앓았던 환자는 의사도 모르는 심각한 병 때문이라는 강박관념을 떨치지 못한다"고 들려준다.

환자가 안심을 하면 곧 운동 능력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피로→활동량 감소→운동능력 감퇴→피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교수는 "매일 5분만이라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유산소운동을 시작해 1~2주 단위로 5분씩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우울증.불안증이 동반될 땐 항우울제.항불안제 복용이 필요하고,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소염제.근이완제를 쓰기도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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