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TPP 참여국, 환율 조작 금지 합의

중앙일보

입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이 통화 정책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TPP에 참여하는 12개국이 환율 절하 경쟁을 자제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부당하게 평가절하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환율 관련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상황을 분기별로 공표하기로 했다.
외환보유액 관련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자본의 유출입과 수출입 자료를 상호 교환해 통화와 금융 시스템의 안정도 꾀하기로 했다. 재정 운영과 구조 개혁 등 거시 경제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매년 금융 당국 담당자가 모여 통화정책과 관련한 회의도 열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참여국가가 통화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환율정책을 논의하는 틀을 만든 것은 이례적이다. ‘환율 조작 금지’는 신흥국의 외환 시장 개입에 불만을 품은 미국 산업계와 의회의 강력한 요구사항이었다. 미국 정부는 의회의 TPP 승인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환율 관련 공동 성명을 밀어붙인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환율 조작 금지를 선언한 국가가 약속을 깨더라도 무역 제재를 당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TPP의 통화 정책 공조는 TPP 참여를 검토하는 한국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환율 관련 성명이 TPP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신규 가입국도 이 성명에 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한다고 종종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19일 낸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이 원화 가치 상승 압력에 맞서 올해 상반기에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환 당국이 환율 조작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번 선언이 한국 등 TPP 참여를 검토하는 국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