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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흠의 건강 비타민] 전철·버스에서 스마트폰 삼매경 … 목 위에 머리 2개 얹은 셈이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회사원 박모(39·서울 노원구)씨는 거의 모든 일을 컴퓨터로 한다. 지난해 말 목·어깨·팔에 통증이 생겼다. 손 감각도 무뎌졌다. 올해 2월에는 계단 오르기가 힘들었다. 참다가 병원을 찾았고 5번 목 디스크 파열 진단을 받아 수술을 했다. 박씨처럼 젊은 목 디스크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목 디스크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6년 53만4279명에서 2014년 89만7577명으로 약 68% 늘었다. 같은 기간 허리 디스크 환자(증가율 44%)보다 증가율이 가파르다. 특히 2010년 이후 20~30대 목 디스크 환자의 증가율이 높다. 2010~2014년 20대 남자는 37%, 30대는 32%로 증가했다. 40대(24%)보다 높다. 여자도 20대 25%, 30대 19%로 40대(13%)보다 높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목뼈는 겉으로 보기에는 약해 보이지만 허리뼈보다 튼튼하다. ‘구상돌기’라는 조직이 디스크를 보호한다. 디스크도 허리보다 더 단단하다. 또 허리가 떠받치는 상체의 무게가 35㎏이라면 목은 15㎏이다. 그런데도 목 디스크 질환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목뼈에 가시(또는 융기) 같은 것이 자라고 목뼈 자체가 두꺼워져 척수와 신경근을 압박한다. 이렇게 되면 통증과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목 디스크가 잘 생기는 특정 직업군도 있다. 심한 중력의 변화를 겪는 조종사, 진동에 노출되는 중장비 운전사, 목을 수시로 구부린 채 진료하는 이비인후과·산부인과·치과 의사 등이다.

 20~30대는 퇴행성 변화가 나타날 시기가 아니다. 특정 직업군과도 크게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젊은 목 디스크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직까지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상당히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기기를 사용할 때 자세가 목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원래 목뼈는 조금 휜 ‘(’ 모양이 정상이다. 이 모양이 유지되면 충격을 잘 흡수하고 목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노트북·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목 모양을 보면 대부분 다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럴 때 목뼈가 일자목이 되거나 ‘)’ 모양이 된다. 이 상태는 진동과 압력에 취약하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있는 상태에서는 충격이 디스크에 그대로 전달된다. 최악의 자세는 흔들리는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이것은 ‘중장비를 운전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같은 상황이다.

 고개를 많이 숙일수록 목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한다. 30도 정도 숙인 상태에서 전철·버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목은 머리 2개 이상의 무게를 받쳐야 한다.

 당장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첫째,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장시간 스마트 기기나 책을 보지 않도록 한다. 둘째, 보행 시에 눈높이를 수평으로 하고 걷자. 셋째, 낮은 베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넷째, 목이 불편하다고 과도하게 목을 꺾거나 교정 치료를 받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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