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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장년 귀농 인센티브 늘리고 노인과 일촌 맺기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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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5월 일본은 ‘마스다 보고서’로 큰 충격에 빠졌다. 이와테현 3선 지사 출신의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장관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였다. 2040년까지 일본 지자체(시·구·정·촌)의 절반인 896개가 사라진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후 마스다 전 장관은 『지방소멸』이란 책에서 “일본이 극점(極點)사회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지방 인구는 소멸하고 수도인 도쿄 한곳으로만 인구가 집중될 것이란 경고였다.

사라지는 마을 대책은
지자체, 복지비 모라토리엄 위기
노인뿐인 마을 행정 통폐합을
아파트 도시 노인 더 소외될 수도
얼굴 맞대는 커뮤니티 활성화해야

 현재처럼 고령화·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도 극점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어촌의 소규모 마을이 급속히 소멸되는 가운데 도심 속 노인이 모여 사는 동네는 점점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결혼·출산 기피로 고령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점사회를 막을 해법은 무엇일까.

 ‘2040년이면 충남 지역 351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는 예측 결과를 내놓은 윤정미 충남연구원 연구부장은 행정구역 재편을 제시했다. 윤 연구부장은 “이(里) 단위의 작은 마을들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며 “인구 급감 마을이 산재한 지역에선 행정구역 통합 등을 통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귀농 등으로 농촌에 유입되는 중·장년층을 지역의 노인과 짝 지어주는 ‘노장(老壯) 일촌 맺기’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착·안전 등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게 하고 마을 안의 교류를 넘어 마을과 마을 간 커뮤니티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을 보려면 농촌으로 가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일본 도쿄처럼 도심은 노인이 넘쳐나는 데 반해 농촌은 소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청·장년층에 대한 귀농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년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영남 지역 등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도 지자체들이 복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0~80%인 지역들은 지자체가 모두 껴안는 데 한계가 있다”며 “ 지자체들이 연쇄 모라토리엄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심 속의 노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이웃과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는 농어촌과 달리 아파트에 사는 도심 노인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 노인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 주민들을 직접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려면 주민센터에서 독거노인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노인 등 위험군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엔 노인 관련 범죄 발생에 대비하는 등 효율적인 경찰력 재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운·박병현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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