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타워 면세점 소공동보다 크게” … 롯데 1조2000억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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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잠실 월드타워점 수성에 사활을 걸고 5년 동안 1조2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올해 매출 2조원 돌파를 앞둔 ‘시내 면세점 부동의 1위’인 서울 소공동 본점보다도 더 크게 키우겠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이홍균(60·사진) 대표는 4일 “월드타워점을 10년 안에 4조5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점포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프레스투어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언론은 물론 중국·일본 매체까지 몰렸다.

이홍균 대표 수성 전략 발표
제2롯데월드 연계해 관광 마케팅
10년 안에 매출 4조5000억원 목표

 이날 오후 2시 중국 방송 CCTV의 카메라 기자는 면세점 8층 화장품 매장에 몰린 중국인 관광객을 찍느라 분주했다. 면세점 직행 엘리베이터 안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틈 없이 꽉꽉 들어찼다. 국산 화장품 ‘설화수’ 매장에서 만난 중국 광저우의 회사원 지후이쩐(吉惠珍·49·여)은 “롯데월드에 놀러가는 길이라서 와 봤다”며 “쇼핑 환경이 쾌적해서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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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에 만드는 123m 분수쇼의 조감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기존 잠실점을 롯데월드몰로 옮겨 월드타워점을 만들었다. 인테리어 비용만 580억원이 들었다. 복도 넓이가 3m로 국내 최대다. 이전 이후 매출은 53%가 늘었다. 외국인 고객 비중도 지난해 74%에서 올해는 87%로 소공동 본점(84%)을 앞질렀다. 신선아(42·여) 토산·화장품 담당 지배인은 “잠실점 때보다 매장 공간이 넓어졌고, 고적대 퍼레이드 같은 롯데월드몰 이벤트 행렬이 면세점까지 올라오는 등 즐거운 분위기 때문에 자녀를 데리고 쇼핑 온 관광객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월드타워점은 위기다. 롯데면세점 매출 1, 2위 점포인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운영 특허가 모두 다음달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30년 안팎으로 영업한 초대형 점포들이라 재승인이 유력했었지만 지난 7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면세점을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로 키우겠다”고 나설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본지 10월 13일자 B5면) 면세사업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영업이익 중 90%가 넘는 비중이다. 두 면세점 중 하나라도 잃게 되면 호텔롯데의 기업 상장(IPO)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롯데면세점이 내놓은 ‘세계 1위 월드타워점’ 청사진에는 이런 절박함이 담겨있다. 우선 매장 규모부터 연면적 3만6000㎡로 소공동 본점(2만7000㎡)보다 키운다. 내년 12월 완공되는 롯데월드타워에 면세점 2개 층을 만들고 기존 면세점과 통로를 연결할 예정이다. 제2롯데월드와 연계한 ‘관광 마케팅’도 내세웠다. 이홍균 대표는 “월드타워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관광쇼핑 복합 단지 안에 있는 면세점으로 처음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만든 곳”이라며 “3조8000억원을 들인 제2롯데월드와 연계해 동북아의 랜드마크 면세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월드타워 층수(123층)에 맞춘 123m짜리 대형 음악분수도 2017년 상반기 석촌호수에 만들 예정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의 분수쇼가 모델이다. 이날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업무협약(MOU)을 완료하고 가로수길·압구정로데오·강남역·코엑스몰·석촌호수·올림픽공원 등을 잇는 ‘강남 문화관광벨트’ 조성도 발표했다.

 새로운 상생모델도 내놓았다. 이날 오전 면세점에 깜짝 등장한 캐릭터 인형 ‘탱키’ 주변은 사진을 찍으려는 지방의 중소면세점 사업자들로 분주했다. 롯데면세점이 총 5억7000만원을 들여 개발한 이 캐릭터를 무상으로 중소기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통상 캐릭터 사용료는 매출의 20% 수준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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