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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참에서 공연음란혐의 벗은 50대 남성…이틀 후 아동성추행으로 감옥행

중앙일보

입력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이틀 후 열린 아동성추행 사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재판 모두 같은 법원, 같은 재판부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 김영학)은 자신의 차량 안에서 10대 여학생을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모(56)씨에게 징역 1년 8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이웃에 거주하는 A(15)양에게 처음 접근했다. 2주 동안 A양을 자신의 화물차량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며 환심을 샀다. 때로는 용돈까지 쥐어주며 A양의 믿음을 얻었다. 약 2주일 동안의 관찰 끝에 이씨는 A양이 같은 또래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어른들의 말이라면 순순히 따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씨는 이 점을 악용해 A양을 추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흑심을 드러낸 건 아침 등굣길이었다. 이씨는 범행 당일 오전 8시에도 평소처럼 “학교에 데려다 주겠다”며 A양을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 하지만 차는 학교가 아닌 엉뚱한 곳을 향했다. 서울 송파동 자신의 집 근처로 차를 몰고 간 이씨는 갑자기 바지를 벗고 A양에게 자신의 특정부위를 만지도록 강요했다. A양은 “하지말라, 나는 유도를 배웠다”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A양의 손을 잡아끌어 강제로 추행했다.

이씨의 범행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A양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약 한 달간 지속적으로 추행을 저지르던 이씨는 결국 A양 학교선생님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11월 10일, 이씨의 차량을 타고 등교하는 A양을 이상하게 여긴 영어선생님 B씨는 A양을 불러 대화를 나눴다. 대화 도중 A양이 이씨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 B씨는 담임선생님 등을 통해 이 사실을 신고상담센터에 알렸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범행에 취약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행을 저질렀다”며 “큰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안긴 것은 물론 장차 피해자의 정상적인 정서 발달도 방해할 만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반성을 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씨는 이틀 전인 같은 달 2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공연음란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지난 4월 자신의 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등교하는 여고생 C(17)양을 “야, 야”라고 외치며 불러 세운 뒤 하의를 벗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창문에 서서 마당에 있는 개를 큰 소리로 불렀을 뿐”이라며 “옷을 벗은 적도 없고 자위행위를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전원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피고의 변명이 다소 석연치 않아 보이나 목격자의 진술 등 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민관 기자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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