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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글과 글보다 빠른 사람의 마음 사이, 그 간극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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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이렇다. 논리적이지 않은 것, 순간의 영감이 재현되는 것, 결코 글로써 설명될 수 없는 것, 글과 글보다 빠른 사람의 마음 사이, 그 간극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 디자이너 홍동원의 『오밤중 삼거리 작업실』(동녘) 중에서

홍동원(글씨미디어 대표)씨는 부침이 심한 한국 디자인계에서 꾸준히, 한결같이, 지치지도 않고, 일하고 또 일하는 디자이너다. 해가 져도 일이 끝나지 않는 디자인 사무실, 아니 해가 떨어져서야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이 중노동판에서 잔뼈가 굵다 못해 골다공증에 걸릴 연배에 다다랐다. '사람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디자인 동네 얘기는 곧 그가 지난 30여 년 죽자사자 뒹굴어왔던 사람들 얘기다. 전작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에 이어 내놓은 이 책에서 그는 사람들 가슴 속에 있는 디자인의 정수를 뽑아낸다.
디자인 이론서도 아니고, 실무 지침서도 아닌 이 책이 왜 디자인의 핵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역사가 채 100년이 안 되는 디자인 분야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가장 인간적이면서 젊은 '오늘에 관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디자인에 관한 얘기인 줄 알고 집어들었는데 인간사 뭐를 대입해도 다 타당한 박물지처럼 읽힌다. 홍동원씨가 만물박사형이긴 하지만 입과 눈에 착 감기는 솔직담백한 스토리텔링 덕이다. "세상이 여러분을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충무로에 나오세요. 여러분과 같은 영혼들이 청춘의 답을 찾아 에너지를 뿜어내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니까요"라는 그의 엔딩 멘트를 좇아 충무로에 가고 싶어진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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