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은 '민원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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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년 4월 1단계 구간(서울~동대구) 개통을 앞둔 경부고속철도 건설공사가 통과지역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 제기로 차질이 우려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계획에도 없는 역(驛)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북 경주시와 시민단체는 노선의 지역 통과를 위해 이웃 자치단체와의 연계 투쟁까지 계획하고 있다.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는 "곳곳에서 민원이 쏟아져 공기(工期) 내 완공 차질이 염려된다"며 "민원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른 시일 안에 결론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 설치해 달라"=경기도 평택.충북 청원.경북 김천.울산시(언양읍).부산(부전역) 등 다섯 곳에서 역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역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지역 국회의원.자치단체장 등과 함께 정부와 철도공단을 압박하고 있다.

경북 김천은 지난 3월 '김천역 유치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 시민 30여만명의 서명까지 받았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 주민들도 '오송역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부산 시민단체 등은 부전역 설치의 당위성을 관계 요로에 역설하고 있다.

◆"노선 바꾸지 마라"=경북 경주지역 1백9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경부고속철도 경주 통과 노선 사수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7월 초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대표 4백여명이 청와대를 방문, 농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추진위에는 인근 지자체인 포항.울진.울산 등의 의회도 가세해 힘을 보태주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당초 경주를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부산.경남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이 "경주 통과 노선의 경우 양산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을 통과하게 돼 환경 파괴가 심각할 것"이라며 거세가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3월부터 경주~부산 구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대전.대구 도심 통과 방식 논란=대구와 대전시의 도심 구간을 지하화로 할지에 대해 공단 측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단 측은 공청회 등을 거쳐 지하화로 결정한 뒤 설계까지 마쳤다.

그러나 대구시 일부 국회의원과 주민들이 도심 5.8㎞ 구간을 기존 경부선 철도와 함께 반지하화할 것을 새롭게 요구하고 나서 공단이 난감해 하고 있다. 2개의 철도 노선과 대체 선로를 한꺼번에 건설해야 하고, 열차가 통행 중인 상황에서 공사해야 하는 2중의 어려움 때문이다. 대전시도 대구와 비슷한 상황이다.

공단 관계자는 "고속철도와 기존 철도를 한꺼번에 반지하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일단 지상으로 연결한 뒤 지하화 여부를 추후에 결론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기환.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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