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서울 재개발, 소형 지분 매물 동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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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재개발 사업장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소형(33㎡ 이하) 지분 투자가 활발한 서울 성동구 성수1재개발구역의 한 빌라. [황의영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이경호(42)씨는 지난달 말 인근 성수1재개발구역에서 소형 빌라를 구하다 깜짝 놀랐다. 물건이 거의 없고 그나마 나와 있는 매물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존 아파트와 신규 분양 아파트 모두 가격이 비싸 재개발 주택을 사는 게 서울 도심에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구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액으로 가능하고 환금성 좋아
재건축 너무 뛰자 부동자금 몰려
“사업시행 인가 받은 곳 매입해야”

 서울 재개발 시장에 투자 열기가 뜨겁다. 특히 대지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이 33㎡(10평) 이하인 소형 지분이 인기다. 쌓이기만 하던 매물은 온데간데 없고,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지부진하던 사업장마저 들썩이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개발 지분은 찬밥 신세였다. 전반적으로 재개발 시장에 활기가 돌지 않아서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말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잇따라 풀면서 주택경기가 살아났고,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돌던 온기가 강북권 재개발시장으로까지 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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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구 성수1구역의 33㎡ 안팎 지분 값은 지난해 말보다 3.3㎡당 500만~1000만원 정도 올라 4000만~4500만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에서 지난해 말 1억원 선에 구입할 수 있던 지분 20㎡짜리 다세대주택 가격은 현재 1억2000만원 정도다. 성수동 가나안공인 김창호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급매물이 많았지만 올 들어 80% 이상 소진됐다”며 “투자 문의는 꾸준한데 물건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구역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단 시장 분위기가 좋아져서다. 특히 최근 재개발 신규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 지난 9월 대림산업이 옥수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옥수13구역)는 1순위 평균 57.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이다. 같은 달 동대문구 전농동에 나온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전농11구역)도 평균 5.2대 1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왜 소형일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소액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을 받으면 실제로 1억~2억원 정도에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환금성도 뛰어나다. 이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기도 한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서울 도심에서 재건축 물량은 가격이 많이 뛴 상태라 재개발 밖에 갈 곳이 없다”며 “가격이 바닥권이라는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형 물건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투자가치가 높아서다. 세입자 구하기는 물론 나중에 되팔기도 쉽다.

 그렇다 해도 투자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대지지분이 크거나 도로변에 있는 등의 이유로 감정평가금액이 많이 나올 주택을 구입하는 게 좋다. 사업 초기 단계인 곳은 지분 값이 비교적 싼 편이지만, 사업이 언제 본궤도에 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크다. 이미 지분 값이 크게 오른 일부 지역에 투자할 경우 수익성이 기대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실수요자 관점에서 사업이 구체화되는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곳을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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