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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의장 “하원은 망가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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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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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라이언 신임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의사당에서 선임자인 존 베이너 전 의장에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올해 45세인 라이언 신임 의장은 하원 전체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236표를 얻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40대가 취임한 건 124년 만이다. [워싱턴 AP=뉴시스]

미국 정치권의 40대 기수로 불리는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45·위스콘신) 의원이 29일(현지시간)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정식 선출됐다.

취임 연설서 “의회 가치 증명” 촉구
떠나는 베이너 감정 북받쳐 눈물

 미 하원은 이날 전체 회의 투표에서 과반인 236표(총 435표)를 얻은 9선의 라이언 의원을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의 후임으로 선출했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대표는 184표를 얻는 데 그쳤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의장직 수락연설에서 “솔직히 하원은 망가졌다”며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으며 의원들도 국민도 이런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만큼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3개 정파로 분열돼 있는 공화당 하원을 단합시키는 데 주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상대방에게 허물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나의 관심 밖”이라며 “모두가 묵은 앙금을 풀고 새롭게 출발해 의회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의장직은 물론 25년간 몸담았던 연방 하원의원직을 내놓은 베이너 전 의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요구해 온 국가예산한도(채무)를 늘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의회를 떠났다. 미 언론들은 후임 의장의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공화당 강경파가 반대하는 예산안을 처리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너는 이날 이임 행사에서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연신 눈물을 훔쳤다. 특히 펠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는 연단에 올라 “베이너는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라며 “비록 우리가 종종 의견은 달랐지만 항상 하원과 자신이 믿는 가치에 대한 그의 헌신과 노력을 늘 존중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제 고향으로 떠나는 베이너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하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전원 기립박수로 그를 배웅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의회연설을 성사시킨 뒤 하원의장직을 내놓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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