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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중앙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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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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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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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노래가 시고, 대사 안에 시처럼 아름다운 문구가 있으니 그것으로 대체하고 살았다면 변명일까. 어느 날 한 모임에서 이 시를 낭송해 달라는 청을 받으며 처음 알게 됐다. 낯선 시고, 감성적이라기보다 아주 이성적인 시인데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간 일벌레처럼 바삐 살면서 내가 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왜 좀 더 많이 사랑하고, 덜 고민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가족에게 충실하지 못했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소리가 마음 저 안에서 들려왔다. 연극 한 편을 보고 연극배우가 되는 사람이 있듯이 내게는 삶을 다시 살게 한 그런 시다.

 4연의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는 구절도 좋아한다. 악플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분노의 시대에 참 필요한 구절이다. 우리 전통연희의 추임새란 상대의 기를 북돋아주고 칭찬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플이다. 이런 선플, 추임새가 바로 우리의 전통적인 청중 문화인데 그걸 잊고 사는 게 안타깝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