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최저 연봉 7만달러로 올렸더니…순익 2배 껑충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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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중소기업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기 연봉을 90% 삭감하는 대신 전 직원의 연봉을 최소 7만달러로 올려주겠다고 선언해 찬반 논란을 빚었는데 6개월 후 회사의 매출과 순익이 2배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워치는 26일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서비스업체 그래비티 페이먼츠가 세간의 비관론을 불식시키고 지난 6개월동안 매출과 순익을 2배로 늘렸으며 직원도 10명이나 새로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들어온 직원 중에는 야후 임원으로 있던 타미 크롤도 포함돼 있는데 그는 CEO인 댄 프라이스(31)의 경영철학에 감명 받아 자신의 연봉을 20% 가까이 깎은 채 그래비티에 합류했다.

프라이스는 6개월 전 110만달러인 자신의 연봉을 7만달러로 낮추고 회사의 순익을 줄여 전 직원의 최저연봉을 7만달러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최저연봉을 도입한 것은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2010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가상'을 받고 백악관에 초청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던 프라이스는 "직장생활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연봉 4만~5만달러를 받는데, 치솟는 집값과 자녀 교육비 때문에 항상 적자라고 하소연한다"면서 "소득불균형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 회사부터 바로잡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정한 것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정서적 웰빙'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카너먼 교수는 연봉이 오를수록 직원의 정서적 웰빙 수준도 증가하지만, 일정선(7만5000달러)을 넘으면 만족도 증가 속도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래비티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로 120명의 직원 가운데 약 70명의 연봉이 올랐다. 30명은 연봉이 곱절이 됐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경비원, 고객 전화상담원과 같은 하위직이나 신입사원이 자신과 똑같은 돈을 받는 것은 일할 의욕을 꺾는 조치라며 실력있는 직원 2명이 회사를 떠났고 일부 고객은 그의 최저임금 인상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동료 기업가들도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공동창업자이자 30%의 지분을 소유한 친형 루카스 프라이스는 회사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프라이스는 자신이 살던 집 2채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보유 주식도 팔고 은퇴계좌까지 청산하며 300만달러를 마련해 회사에 추가 투자를 하는 등 고전을 했지만 6개월 후의 결과는 성공이었다. 매출, 순익 증가 뿐만 아니라 전체 고객 유지율도 전보다 높아졌다.

프라이스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면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며 "7만달러 연봉은 실험이 아니라 투자"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내 연봉을 깎은 것이 나쁘지 않다"며 "오히려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다호주 시골 마을 출신인 프라이스는 시애틀퍼시픽대학 1학년 때인 2004년 기숙사에서 눈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창업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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