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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특허소송, 소수 법원으로 관할 집중이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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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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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세계는 지금 지식재산 전쟁 중이다. 지식재산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하는 우리나라 역시 그 핵심동력이 되는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식재산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창조경제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재산의 생산과 활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재산권의 보호이다. 적절한 권리 보호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수익이 창출되고, 이것이 재투자로 이어져 새로운 지식재산이 생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 얻은 지식재산은 기업의 핵심자산이자 기업 경쟁력의 근원이며, 국가적으로도 엄중한 지식재산권 보호는 공정거래 확립과 더불어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이다.

최근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위해 특허소송 관할집중, 손해배상액 현실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던 특허 등 지식재산권 소송 체계에 대한 논의는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 관할집중 제도개선은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품종보호권 등과 관련된 침해소송에 대하여 현재 58개 법원의 관할인 1심 소송은 각 고등법원 소재지인 5개 지방법원(서울·대전 등)으로 집중하고, 현재 5개 고법 및 18개 지방법원 항소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항소심은 특허법원 한 곳으로 집중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널리 분산되어 있는 재판의 관할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것은 국제화된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우리 법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에서는 소수의 법원으로 관할을 집중하는 것이 국민의 소송편의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권리의 무효여부는 특허법원, 침해여부는 일반법원에서 관할하는 현재의 특허소송 이원화체계는 같은 사건에 대해 상이한 결론이 나오기도 하여 오히려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 소송 체계 개선은 재판의 전문성과 신뢰성 제고뿐만 아니라 신속한 소송 진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장기간 소송으로 인해 특허분쟁에서 이기고도 손해를 보았다고 한 기업이 33.2%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비용도 문제이지만 영업활동에 크게 악영향을 받게 되어 해당 기업으로선 큰 손실을 입게 된다. 특허소송체계 개선으로 법원의 전문성 및 재판의 신속성이 제고되면 적시에 효과적인 지식재산보호가 이루어져 지재권 소송에 대한 기업의 부담 및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보듯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특허분쟁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기술도용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이 제기한 특허침해 본안소송에서 중소기업의 패소율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특허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에 진출하여 해외기업과 특허분쟁을 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자명하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 분쟁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기업을 상대로 하는 국제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식재산 보호와 관련한 사법제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그 어떤 지원제도보다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 동안 지식재산권 분쟁해결 제도개선을 위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대법원·국회 등이 협력하여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최근 특허 등 지식재산권 소송 체계 개선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이와 동시에 지식재산보호를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인 지식재산권 범죄의 양형기준을 엄중히 하고 손해배상액을 시장가치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지재권 소송체계 개선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소중한 지식 자산을 지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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