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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LPGA 장타자 즐거운 KLPGA 장타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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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7면

2013년 이후 여자골프에서 장타가 대세는 아니다. 샷 거리가 길지 않은 축에 들어가는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리디아 고(18·뉴질랜드)가 24일 현재 세계랭킹 1, 2위다. 두 선수가 워낙 정교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타자들이 밀려났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김효주(20·롯데), 전인지(22·하이트진로) 등 샷이 길지는 않지만 실수가 적은 한국 선수들도 세계 랭킹 톱 10에 들어 있다. 24일 현재 장타자로 분류되는 선수 중 세계 랭킹이 톱 10에 든 선수는 4위인 렉시 톰슨(20·미국), 10위인 수잔 페테르센(34·노르웨이) 두 명 뿐이다.


그러나 장타자들은 확실히 이점이 있다. 골프는 멀리 그리고 똑바로(far and sure)가 목표다. 똑바로 칠 수만 있다면 멀리 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톰슨처럼 280야드를 친다면 어땠을까.


안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이나 로레나 오초아(34·멕시코), 청야니(26·대만) 등은 길고 곧은 드라이버로 여왕을 넘어 경쟁자를 압도하는 여제의 자리에 올랐다. 잠시 세계 랭킹 1위를 했던 신지애(27)는 청야니 등의 장타 바람에 밀려 일본으로 떠났다. 현재 장타자 선수들 중에서도 박인비와 리디아 고를 위협할 경쟁자가 나올 수 있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끝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장타의 위용이 확 드러났다. LPGA 투어 평균 거리 4위인 렉시 톰슨이 우승을 차지했고, 공동 2위는 청야니와 국내 최장타자 박성현(22·넵스)이었다.


대회전부터 장타가 이슈였다. 주최 측은 국내 투어에서 제일 멀리 치는 박성현을 LPGA 투어 거포인 렉시 톰슨, 미셸 위(26·미국)와 한 조로 묶어 장타대결을 붙였다. 흥미를 위해 만든 조였는데 공교롭게도 여기서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나왔다.


장타를 무기로 올해 국내 투어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박성현은 톰슨·미셸 위·청야니 등 LPGA 투어의 대표적 장타자들과 경기했고 거리에서 밀리지 않았다. 박성현은 “더 많이 나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했다. 덩치에서는 톰슨 등이 월등한데 스윙 스피드는 내가 빨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샷이 길지 않은 선수들은 고전했다. 리디아 고는 최종라운드 선두로 출발하면서 “내 장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서 장타자들 틈에 끼어 한 타도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 4위에 그쳤다.


LPGA에는 장타자들이 꽤 많다. 박성현이 한국에선 확실한 거리 1등이지만 LPGA 투어로 간다면 장타자 중 한 명일뿐이다.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거리 1위였던 김세영(22·미래에셋)도 올해 LPGA 투어에서는 10위(261야드)다. 역시 국내 투어에서 괴력의 드라이버로 알려진 장하나(23·BC카드)는 미국에서 32위(255야드)다. 박성현은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제리나 필러 등은 잘 모르는 선수들인데 공을 아주 멀리 쳐 놀랐다”라고 말했다.


LPGA 투어 선수들 중 거리를 많이 내는 선수들의 성적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올 시즌 거리 톱10 중 상금 랭킹 100위가 넘는 선수가 3명이나 있다. 투어 카드를 잃어 내년에 다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거리 10걸의 평균 상금랭킹은 55.4위에 불과하다.반면 올해 국내 투어에서 거리를 많이 내는 선수들은 엘리트들이다. 상금랭킹 1~4위 선수가 모두 거리 10걸에 포함됐다. 거리 1위 박성현이 상금랭킹 2위다. 거리 10위 이시온(상금랭킹 83위)을 제외하면 모두 35위 이내에 들었다.


LPGA 투어에서는 호쾌하게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지르는 선수들이 꽤 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더라도 가서 치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안 된다. 코스에 OB 말뚝이 워낙 많아 멀리 보다는 똑바로 치는 것에 집중한다. 박성현이나 김세영 등은 한국식이 아니라 미국식으로 스윙을 배웠다. 그 많은 OB 말뚝 속에서 장타자가 나온 것은 칭찬할 만하다.


LPGA·KLPGA투어?드라이브샷 평균 거리(야드)와?상금 순위

※ LPGA투어 거리 10걸 평균 상금랭킹 55.4위, KLPGA 투어 거리 10걸의 평균 상금랭킹 18.6위


비장타자 리디아 고, 랭킹 1위 오를 듯 올 시즌 LPGA 투어의 주요 타이틀은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경쟁이다. 세계랭킹과, 올해의 선수상, 상금, 평균 스코어 부문에서 두 선수가 박빙의 경쟁을 하고 있다.


세계랭킹은 박인비(12.69)가 1위지만 리디아 고(12.42)와의 차이가 0.27점에 불과하다. 박인비는 22일 시작된 LPGA 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 참가하지 않고 평점이 적은 국내 대회에 나가 불리하다. 리디아 고는 푸본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다. 리디아 고가 우승이나 준우승을 하면 박인비의 성적에 관계없이 1위로 올라선다. 그러나 박인비는 남은 LPGA 투어 4개 대회에 모두 나설 계획이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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