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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살아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0호 4 면

국립중앙박물관 1층 상설전시관에서 시작된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10월 20일~2016년 1월 31일)는 흥미롭습니다. 새로워진 환경, 즉 빙하기 이후 따뜻해진 시대라는 바뀐 삶에 적응하기 시작한 8000년 전 사람들의 모습이 디지털 혁명기를 살아가는 우리와 겹쳐져서 입니다.


유물을 나열식으로 전시하는 대신 그들의 삶을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 형식도 신선했습니다. 공간디자인 전문가를 8명으로 늘렸다는 게 김영나 관장의 귀띔이었습니다. 조와 기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토기를 전시하면서 실제 조와 기장을 그득 쌓아놓았고, 견과류와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기 위한 갈판 위에는 도토리와 밤을 올렸죠. “박물관 직원들이 도토리 줍기에 나서야 했다”는 설명에는 한바탕 웃음이 일었습니다.


충북 청원 두루봉 처녀굴에서 출토된 쌍코뿔이의 거대한 아래턱뼈를 보면서 ‘이 땅에도 이런 동물이 살았구나’하는 신기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라진 매머드의 이빨이 보였습니다. ‘소장처인 전곡선사박물관의 동의로 만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특히 반가웠습니다.


매머드의 어금니를 만져보면서 신석기인들의 하루가 궁금해졌습니다. 고래도 잡고, 사슴도 잡고, 곡식도 키우는 바쁜 날들이었겠죠. 따뜻해지는만큼 희망도 커졌겠고요. 세계 경제가 다시 ‘빙하기’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은 요즘, 어째 그들이 살짝 부럽기도 합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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