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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과 결별한 히어로즈 일본계 저축은행 손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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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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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이름이 내년부터 바뀐다. 2010년부터 여섯 시즌 동안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넥센타이어와 결별하고 일본 금융그룹 J트러스트의 이름을 달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성사되면 ‘넥센 히어로즈’는 ‘JT 히어로즈’로 이름을 바꿀 전망이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23일 “넥센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것 같다. 3~4개 기업과 협상 중인데 J트러스트가 유력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대부업체서 2금융 변신 J트러스트
내년부터 100억 스폰서 계약 유력
고소영, 광고 계약했다 해지한 회사
팬들, 일본 자본 들어오는 데 반감

 프로야구 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 일본계 제2금융권의 자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지난달 연기자 고소영(43)씨가 J트러스트의 광고 모델로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일주일 만에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톱스타가 일본계 대부업체의 광고를 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 금융자본의 국내 프로야구 진출을 막을 근거는 없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구단 스폰서에 대해 KBO 이사회가 간섭할 규약이나 근거는 없다”며 “일본계 자본에 대한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도 없다. 히어로즈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계 캐피털업체인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가 2012년 네이밍 스폰서로 프로배구 V리그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OK저축은행은 1년 만에 새로 팀을 창단한 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인기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프로야구에 굳이 일본계 자본까지 끌어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J트러스트가 현재 제도권에서 저축은행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협상 대상 중 J트러스트가 가장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구단의 경영권 독립 보장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J트러스트는 연 100억원 이상 후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넥센은 6년간 해마다 40억~50억원을 지원했다. 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해 주식회사 ‘우리담배’의 후원을 받았다. 담배업체의 프로야구 진입에 대해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우리담배는 2008년 7월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넥센은 스폰서 없이 1년6개월을 보냈다. 넥센이 나서면서 히어로즈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다가 이번에는 일본계 자본 논란에 휩싸였다.

 5400억 엔(약 5조원·올 1분기 기준)의 총자산과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J트러스트는 제2금융사뿐만 아니라 부동산·테마파크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2011년 한국에 진출한 J트러스트는 제2금융사를 통해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2012년에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지난 3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추가로 품에 안았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운영하는 금융사 브랜드를 ‘JT’로 통일하면서 대부업체에서 저축은행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과 계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히어로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국내 기업이 지금이라도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식·강병철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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