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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귀를 열고 듣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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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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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법륜 스님 지음
정토출판, 592쪽
2만3000원

“독일 남자와 결혼해 7년 됐는데 독불장군 시아버님과 아들에게 집착하는 시어머님 때문에 힘들어요.” “이탈리아에 유학 와서 이탈리아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기적인 친구를 참고 살기 힘들어요.” “핀란드에 온 지 3년 되었는데 한국과 가치관이 달라 고민이에요.”

 전 세계 고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는 곳이 다르고 사는 모습이 달라도 저마다 걱정거리가 한 짐이다. 세계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풍경은 비슷한가 보다. 법륜 스님은 이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다. 그리고는 정성을 다해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준다.

 ‘야단법석’은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구는 자리라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 본래는 이 책의 제목인 야단법석(野壇法席)처럼 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를 뜻했다. 보통 스님이 법당에 마련된 법상 위에 앉아서 거룩하게 이야기를 하면 주제가 경전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되기 쉽다. 하지만 법상을 마당에 내어놓고 청중과 이야기를 나누면 판이 달라진다. 불경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직결된 다양한 이야기가 도마에 오른다. 사람들은 한결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법을 청할 수 있게 된다.

 법륜 스님은 2014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115일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야단법석 의 시간을 가졌다.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와 중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도시에서 현지인과 한국 교민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살면서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것부터 꺼내놓기 부끄러운 고백까지 다양한 고민이 망라돼 있다. 고민 대백과사전을 천천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나의 걱정거리도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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