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비준 반대 고속도 농민시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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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촉구 집회에 참석하려는 농민들이 트럭과 트랙터 등을 몰고 상경 시위를 벌여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가 20일 오후 늦게까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일부 농민들은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도로 위에 눕거나, 서행 운전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 차량의 운행을 방해해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마비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민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등 또 다른 시장 개방 협정으로 농업을 파탄시키고 있다"며 "FTA 협정 비준안이 통과되면 오는 30일 대규모 농민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오후 6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한편 전농은 23~28일 매일 전국 시.군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여의도까지 2백여명씩 차량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몸살 앓은 고속도로=전농 충북연맹 소속 농민들은 중부고속도로 진천.음성 나들목 부근 도로를 기습 점거해 시위를 벌였다. 진천농민회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진천 나들목 부근 국도를 통해 고속도로로 진입, 길 위에 드러눕는 등 한 시간 가량 시위를 벌였다.

중부고속도로 음성 나들목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농민 3백여명 중 40명은 오후 4시20분쯤 고속도로에 진입, 상.하행선을 점거한 채 10여분간 시위를 벌였다.

경남 의령에서는 농민 40여명이 오전 4시부터 차량을 몰고 서행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저지하자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부근 도로 1차선을 점거한 채 시위를 계속했다.

광주.전남 지역 농민들도 트럭 등을 앞세우고 호남고속도로 진입을 시도, 이를 막는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나주농민회 소속 농민 2백여명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광주시 광산구 호남고속도로 광산 나들목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이 막자 나들목 입구에 차량 80여대를 세워둔 채 오후 늦게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집회=전농 소속 농민 1천여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칠레 FTA의 비준안 파기를 촉구했다.

전농은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을 파탄시키고 있다"며 "국회에 FTA협정 비준안이 상정될 경우 30일 대규모 농민집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전국 2백24개 톨게이트와 시계(市界) 검문소에 1백1개 중대 1만여명의 경비병력과 견인 장비를 배치해 농민들을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농민 1백9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연행한 농민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대부분 귀가 조치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종합,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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