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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4대 강 물을 가뭄지역에 보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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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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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40년 만의 심각한 가뭄이 중부지방을 강타하고 있다. 충남 서부권에 있는 다목적댐인 보령댐은 사상 최저치인 21% 저수율을 보이며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8개 시·군에서는 20%의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또한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전북 28%, 충남 33%로 평년 저수율 70%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면 이들 지역의 내년 벼농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가뭄은 홍수와는 달리 서서히 강도를 더해 가며 장기간에 걸쳐 고통을 안겨준다.

 우리나라에서 이수(利水) 계획은 댐이나 저수지와 같은 수리(水利)시설의 경제성을 고려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는 20년 이상에 한 번 발생하는 가뭄을 기준으로, 농업용수는 1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가뭄을 기준으로 해 수립된다. 따라서 계획 기준을 넘는 큰 가뭄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서는 물 부족을 겪게 된다. 보령댐은 2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가뭄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40년 만의 가뭄에 댐 지역 주민들이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조선시대는 수리시설의 미비로 평균 2~3년에 한 번 정도 가뭄을 겪었다. 20세기 들어 중대 규모의 다목적댐과 농업용 저수지가 등장하면서 자주 발생하던 가뭄 문제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지금 넓은 평야지대가 전개되고 있는 4대 강 본천 하류 주변의 토지는 20세기 초까지는 갈대밭이 듬성듬성 존재하는 버려진 땅이었다. 1920년대 양수장을 이용해 하천수를 공급하면서 이곳에 논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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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을 극복하려면 저수지나 하천에 물이 있어야 하고 이 물을 도시나 농지로 공급하는 수로와 같은 수리시설이 정비돼야 한다. 4대 강 사업은 대규모 보(洑)에 의한 물의 긴 체류 시간으로 비가 오지 않는 갈수기에 수질이 악화되기 쉽고, 보에는 물이 많으나 이를 먼 곳까지 보내는 시설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이에 4대 강 사업이 남긴 결과를 교훈 삼아 40년 만의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물 부족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과 같은 중규모 저수지 사업을 추진해 가뭄에 대비한 긴급용수를 확보해야 한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110개 저수지의 둑을 높여 저수용량(貯水容量)을 중규모 이상으로 키우는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4대 강 사업은 본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농업 분야 사업으로 실시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사실상 지천 사업이었다. 이는 사업 대상지가 대부분 4대 강의 지천이나 소하천에 위치하고 있고 혜택을 그 수계에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저수용량 100만~1억㎥의 농업용 저수지가 약 490개 있다. 이들 저수지는 규모가 크지 않아 환경에 대한 악영향은 거의 없다. 중규모 저수지의 증가된 저수용량을 가뭄에 대비한 긴급용수용량으로 확보하면 이를 가뭄 시에 활용할 수가 있다. 특히 생활용수의 부족은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생활용수의 긴급용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둘째, 4대 강 보에 수로를 만들어 남는 물을 적극적으로 하류 지역 혹은 다른 수계로 보내야 한다. 수질 문제로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가뭄 시 물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보내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하천이며 도쿄 인근을 흐르는 도네가와(利根川)에는 중규모의 도네가와강 보(利根大堰)가 있다. 이 보는 1964년 도쿄 대가뭄을 계기로 수도권의 물 수요 필요성에 따라 68년 완공됐다. 이 보는 지난 47년 동안 수도권 생활용수, 2만ha가 넘는 논에 대한 농업용수, 도쿄 도심 하천의 정화용수 등을 공급해 왔다. 도네가와강 보에는 물의 이동이 자연 유하(自然流下)식 수로 중심으로 돼 있어, 가뭄 시에도 농업용수가 85㎞ 하류까지 공급되고 있다. 이는 지난여름 4대 강에서 불과 10여㎞ 떨어진 논에도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4대 강 보는 기존의 양수장 체제로 돼 있고 수로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가뭄에 대처할 수 있는 가뭄 재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수리시설을 갖추고 가뭄 대응능력을 높여도 언젠가 가뭄은 발생한다. 우리는 수자원의 개발로 오랫동안 물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어 제한급수에 따른 불편과 고통은 더욱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94~95년 일본 서부에 있는 후쿠오카(福岡) 지역에 대가뭄이 발생했다. 100만이 넘는 후쿠오카 시민들은 295일 동안 최대 55%의 제한급수에 적극 협조해 가뭄을 이겨냈다. 가뭄 예측 시스템, 가뭄 대응 매뉴얼 등을 도입하고 가뭄이 시작되면 단계별 물 절약을 실천해 재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제라도 4대 강 사업의 경험과 교훈을 살려 수리시설을 정비해야 한다. 가뭄 재난 관리 체계를 미리 확립해야 대가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있다.

김진수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