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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인재란 뿌리로 통일조국의 줄기 튼튼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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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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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대한민국 헌정회 정책위의장

세상에 이런 정부도 있습니까? 인간에게 가장 편안하고 편리하며 이상적인 정부, 소위 ‘생체형 정부’가 통일 한국을 이끌고 있답니다. 중앙정부는 중추신경계, 지방자치 정부는 자율신경계, 그리고 치안·국방 조직은 말초신경계처럼 인체 기능을 닮은 정부. 얼마나 능률적이고 창의적이겠습니까? 그러면 인체가 가장 뛰어난 고등동물인 것처럼, 생체형 정부는 국가경쟁력에 가장 뛰어나겠군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통일 한국이 최선진 강국이 되었답니다. 이렇게 근사한 이야기가 통일 한국의 꿈이다. 바로 이 꿈을 실현시킬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절실하다. 남북 갈등 에너지를 화합 에너지로 승화시킬 인재, 강대국을 통일 조력자로 만들 외교 영재 등이 필요한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조국의 미래 모습을 우리 어린이의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어린이 실력이 일본 어린이 실력보다 우수하면 독립은 저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취업전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젊은이, 수능과 입시에 허덕이는 우리 어린이들이 인간을 닮은 ‘생체형 통일 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를 걱정하는 오늘의 도산 선생들이 통일인재 양성을 위해 다빈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선 통일 한국은 어떤 문제를 안게 될까? 정치는 갈등정치에서 창조정치로, 경제는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사회는 남북 갈등사회에서 통일 화합사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외교도 통일 한국에 걸맞은 자주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 분명 통일 한국은 지금보다 월등히 많은 갈등과 고민을 안팎으로 안게 될 것이다. 마치 남녀가 결혼이라는 통일을 하게 되면 부부간의 갈등, 시집·친정집의 배려, 가계지출의 돈 문제, 한 세대주의 권리와 의무 등 예상치 못한 수많은 문제를 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통일인재의 기본 역량은 무엇인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도 뛰어난 전쟁 전술 창의력이었다. 프랑스의 정치 갈등 에너지를 기술개발 에너지로 전환시킨 것도 드골 대통령의 정치적 창의력이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도 국가 경영적 창의력이었다. 최근 디지털 세 영웅인 제임스 캐머런,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도 뛰어난 창의력의 소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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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 꿈나무 양성의 핵심은 창의력 양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동적 칭찬과 격려가 필수적이다. 몇 년 전부터 노벨상 수준급의 창의성을 어린이들에게 일깨우려고 어린이 노벨 후보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노벨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무반응이었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개발자지만 다빈치는 인문과 자연과학 분야를 넘나들며 뛰어난 창의성으로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그래서 명칭을 어린이 노벨후보상 대신 다빈치상으로 정했다. 그 대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다빈치상을 시상하고 격려하도록 다방면으로 수상자들을 섭외했다. 올해 드디어 6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시상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분들은 한국 어린이의 모습이 지구촌의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에 아무 조건 없이 어린이 격려에 동참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칭찬과 격려로 어린이의 창의력은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분명 역사 발전의 바탕도 인간의 창의력 덕택이다. 특히 앞으로 살아갈 지식사회는 창의력 경쟁사회다. 창의력 산실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문 창업자 30%가 유대인이고, 노벨 물리화학상 수상의 28%가 유대인이다. 유대인 창의력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감동적 칭찬과 격려의 사회 환경이다.

 만약 칭찬과 격려로 강한 동기부여를 하면 과연 일등 인재가 배출될 수 있을까. 대답은 100% 긍정적이다.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사회학 전문가는 오늘의 시대를 3F 시대라고 한다. 창의적 상상력(Fiction), 섬세한 감성(Feeling), 부드러운 인재(Female)의 3F다. 이 3F의 대표적 운동이 여성 골프인데 LPGA에서 한국 여성의 우승 실적은 압도적이다. 한국 남성은 어떠한가. 가령 야구는 축구와 비교하면 훨씬 3F 특성을 지닌 지식사회형 운동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의 야구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은 9전 전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분명 우리 국민은 3F 시대의 지식사회에서 일류가 될 수 있는 통일 인재의 기본 자질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일등 국민의 기본 자질을 통일을 위한 창의성 자질로 우리 어린이를 계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다빈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도록 국가 지도층, 젊은이들이 합심·협력해 노력하면 부지불식간에 국민 모두도 스스로 창조적 통일 인재가 될 것이다. 이제 통일 이후의 수많은 갈등 에너지를 일등 국가 발전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통일 인재를 뿌리라고 하면 통일 조국은 줄기다. 튼튼한 뿌리로 튼튼한 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오늘의 국민적 통일 염원과 열기를 통일 인재 양성에 불어넣자.

이상희 대한민국 헌정회 정책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