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만나기 전날 설레는 83세 할머니 “기어서라도 갈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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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이 오늘 북측 금강산에서 열린다. 남측 방문단 이산가족들은 19일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선물과 준비물들을 챙기며 긴 하루를 보냈다. 선물은 겨울용 외투, 내복, 라면·초코파이 등의 간식거리, 비상약 등이 인기였다. 상봉은 단체상봉, 환영만찬, 개별상봉, 공동중식, 단체·작별상봉 순으로 각 2시간씩 12시간 동안이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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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가져갈 물품 목록을 적고 있는 이산가족.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들이 20일 오전 금강산에서 사흘간 상봉한다.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만, 박근혜 정부에서 두 번째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다. 가족들은 사흘간 2시간씩 모두 6차례, 총 12시간 동안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

 예년에 비해 이번 상봉에는 고령자가 많다. 24명의 상봉자들이 ‘휠체어 상봉’을 한다. 집결일인 19일에도 2명이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상봉을 포기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한적)는 동행 의료진을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20명으로, 앰뷸런스도 지난해 3대에서 5대로 늘렸다.

 고령 상봉자들은 20일을 앞두고 건강 관리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입을 모았다. 임옥남(83) 할머니는 “여든둘 여동생(임옥례씨)을 만나러 기어서라도 가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60여 년 만의 만남을 위해 가족들은 선물용으로 초코파이·양말·내의 등 생필품을 가득 들고 와 한적에 접수했다. 북측의 혈육이 그리워할 고향 사진과 특산품을 챙겨온 가족도 많았다. 충북 충주가 고향인 북측의 이란히(84)씨를 만나는 남측 이복동생 이철희(60·강원도 원주)씨는 충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아 왔다. 사촌누나인 강영숙(82)씨를 만날 강정구(81)씨는 “고향의 맛인 곶감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방북교육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한 마음”이라며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적 총재는 “건강하게, 뜻 깊게 못 나눈 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 보내시길 빈다”고 했다. 20~22일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엔 남측 96가족 389명이 금강산 면회소로 향한다. 20일 오후 3시30분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4~26일엔 2차 상봉이 예정돼 있다.

속초=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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