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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동영상도 그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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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영상 시청도 이제는 양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업체들이 단순한 조회 수(뷰) 대신 ‘시청시간’에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무조건 짧은 스낵 컬처가 인기라지만 시청시간 기준으로 보면, 길어도 뜨는 동영상은 따로 있고 길어도 사람들이 오래 본 동영상이 진짜 성공한 동영상이라는 것이다. 또 단순한 제품 광고를 넘어 기업 브랜드가 녹아 있는 ‘브랜디드 콘텐트(branded content)’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동영상 광고 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온라인 콘텐트 시장 새 흐름

조회 수 대신 시청시간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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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웬만큼 인기 있는 온라인 동영상은 수십만 뷰가 기본이다. 수백만 뷰도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온라인 성적표에 해당하는 조회 수는 콘텐트의 인기를 말해줄 뿐 아니라 광고 이익과도 직결되는 ‘절대 숫자’. 한동안 조직적으로 조회 수를 높여 인기 동영상에 올리는 ‘온라인 어뷰징(abusing)’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혹 이 조회 수에 ‘허수’는 없을까? 이런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최근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바로 시청시간(watch time·duration)이다. 조회 수(PV)나 순방문자 수(UV) 같은 수치를 넘어 콘텐트의 질이나 시청자의 호응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얼마나 오래 시청했는가’를 보는 것이다. 통상 조회 수는 클릭하거나 자동재생(auto-play)하는 경우 사용자가 영상에 접근했다는 것만 판단되면 올라가기 때문에 실수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거나 영상 내용과는 무관한 자극적인 ‘섬네일(thumbnail·영상을 표시하는 대표 장면)’로 ‘낚였을’ 때도 올라간다는 맹점이 있었다.

 유튜브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크리스토스 구드로는 지난 7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조회 수는 사용자들이 해당 동영상 시청을 얼마만큼 가치 있게 느끼는지 측정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면 시청시간이 긴 영상일수록 사용자들이 그만큼 얻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유튜브는 2012년 말부터 검색과 추천 동영상을 선정하는 알고리즘의 기준을 조회 수에서 시청시간으로 바꿨다. 그냥 한번 클릭한 것보다 끝까지 본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뜻이다. 알고리즘 변경 결과 이른바 ‘낚시 영상’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유튜브 측은 “자연스레 유튜브의 총 조회 수는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일일 시청시간은 오히려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후 글로벌 유튜브 방문자 수는 매년 40% 이상, 시청시간은 연간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 1분기 유튜브 시청시간은 전년 대비 동기 110% 증가했다. 일일 총 시청시간은 2014년 9월 49억 분에서 올 7월 85억 분으로 늘었다(국내 시청시간의 70%는 모바일에서 발생했다).

길어도 재미있으면 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영상 10위 중 네 건이 광고였다. 잘 만든 광고의 엔터테인먼트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상품 광고를 넘어서 기업 브랜드를 스토리텔링으로 녹인 ‘브랜디드 콘텐트’들이 그 중심에 있다. 초 단위의 짧은 동영상일수록 인기라는 속설과 달리 광고 길이가 길어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유튜브 글로벌에 올라온 브랜디드 콘텐트 중 10%는 무려 10분이 넘는 분량이었다(보통 동영상 광고 길이는 15~30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광고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2~3분 넘게 광고를 보거나, 검색을 통해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탤런트 정우를 내세운 SKT ‘연결의 무전여행’은 31일간 전국을 여행하며 온·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연결만으로 숙식·경비 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방식의 10회 시리즈다. 적극적인 관객 참여 방식이 성공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러닝타임이 8분에 달하는 8회는 평균 시청시간이 4분을 넘겨 크게 주목받았다. 시리즈의 총 조회 수도 550만 뷰를 넘었다.

 영화 ‘Her’ 패러디로 유명한 삼성카드 ‘유해진 편’도 평균 시청시간이 2분15초였다(조회 수 620만). 아모레퍼시픽의 ‘당신의 리즈 시절은 언제인가요’와 ‘아이오페 무중력 테스트’의 평균 시청시간도 각각 1분30초를 넘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유튜브에 집행한 광고 중 20편이 조회 수 100만을 넘겨 유튜브 마케팅의 강자로 꼽힌다.

 박현욱 유튜브 아태지역 마케팅 총괄 디렉터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강렬한 스토리라인 중심의 브랜디드 콘텐트가 인기”라며 “잘 만든 광고는 사용자들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그 브랜드면 뭐든 좋다고 열광하는 팬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바일 동영상은 무조건 짧아야 효과적이라는 불문율을 깨고, 팬덤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긴 호흡의 콘텐트도 충분히 각광받고 있다”며 “기업들이 역시 독보적인 팬덤을 구축한 파워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SK-II는 새롭게 진행 중인 ‘뷰티 바운드 아시아(Beauty Bound Asia)’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섰으며, 삼성전자는 유튜브 스타 콜린 퍼즈(Colin Furz)와 함께 모바일 신제품에 대한 생방송 리뷰 토크쇼를 진행한 바 있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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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클릭= 올 4월 현대자동차의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a message to space)’는 크게 호평받은 브랜디드 콘텐트다. 우주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소녀가 우주에서도 읽을 수 있게 초대형 편지를 쓴다는 설정.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제네시스 11대가 군무를 하듯 주행하며 거대한 바퀴 자국을 냈다. 7000만 뷰. 뉴욕페스티벌, 칸 국제광고제 등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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