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도성장 끝낸 중국 경제,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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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경제가 지난 3분기 6.9%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2%) 이후 6년 반 만에 처음으로 7%를 밑돌았다. 시장 전망치(6.8%)를 약간 웃도는 수치임에도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수입이 20%나 줄고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는 등 체감 지표가 좋지 않다. 산업 생산 및 투자 증가가 둔화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중국 정부가 올해 공언한 바오치(保七, 7% 안팎의 경제성장률 유지)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중속 성장(신창타이·新常態)이라는 중국 정부의 체질 전환 정책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중국 제조업의 성장률은 6%에 그쳤지만 서비스업은 8.4% 성장했다. 최종 소비 지출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 58.4%를 기록해 일 년 새 9.3%포인트 높아졌다. 중국 경제의 중심이 생산에서 소비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변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나간다. 2000년대 들어 해마다 20% 이상 늘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중국이 가공무역 비중을 줄이면서 타격이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의 가공무역 수입 비중은 1997년 50%에서 지난해 26%로 반토막이 났다. 한국의 대중 수출 중 73%가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가공되는 중간재다. 중국 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대중 수출이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대중 수출의 25%에 불과한 자본재와 소비재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관광과 교육 같은 서비스업으로 중국의 내수를 유인할 방법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613만 명의 중국 관광객과 유학생이 한국에 와 쓴 돈이 100억 달러에 가깝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석 달간 중국 관광객 숫자가 반 토막이 났던 올해도 비슷한 숫자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변화를 한국이 좌우할 순 없더라도 잘 활용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