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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또 백화점 직원 무릎 꿇리는 ‘갑질’이 되풀이되다니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지난 16일 직원 두 명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1분27초짜리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사건을 파악한 경찰은 “고객의 강압에 의해 직원들이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고 스스로 꿇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양측 모두 화해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갑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7~8년 전 구입한 목걸이와 팔찌의 애프터서비스(AS) 문제였다고 한다. 물론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AS를 요구하며 그걸 해주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이 요구했건 직원이 알아서 먼저 했건 간에 고객 앞에 백화점 직원이 꿇어앉아 사정하는 광경이 벌어진 것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보면 상처받은 감정노동자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게 했던 이른바 ‘갑질’ 논란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일터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가 고객 앞에 꿇어앉게 된 것은 감정노동자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사회적 폭력이다. 만일 고객이 이를 요구했다면 무도한 행동이며, 백화점 직원이 먼저 꿇어앉았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말리지 못한 백화점이나 입주업체에 책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갑질이나 화해 여부를 떠나 이런 인권유린성 행동이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타인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고객은 자신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유통업체에 제기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점원들에게 모멸감이나 인격 모욕을 느끼게 할 자격은 없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우리 사회가 나설 때다. 아울러 법 이전에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지 헤아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