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늦어지자 … 원화 값 1120원대로 뛰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사 이미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값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 달여 전만 해도 1200원을 넘어섰던 환율이 어느새 1120원대에 진입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값은 전날보다 1.1원 상승한 1129.1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값 종가가 1120원대에 진입한 것은 7월 10일(1129.6원)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원화 값은 전날에만 16.6원 폭등하는 등 이달 들어 56.2원이나 뛰어올랐다.

달러 약세로 10월에만 56원 올라
전자·자동차 등 수출 업종 악재
정유 등 원료 수입 많은 기업 호재

 원화가 강세라는 건 상대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지속적인 달러 강세로 달러에 대한 원화 값은 6월 초 떨어지기 시작해 9월 7일 1203.7원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의 달러 강세는 미국 기준금리가 9월에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 비롯됐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미국 이외 지역에서 달러가 빠져나와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컸다. 3분기에 달러 강세 및 원화 약세 현상이 발생한 것은 미국 금리 인상 시의 추가적인 달러 강세 기대감이 환율에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중국 경기부진 등을 이유로 금리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달러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게 되면서 이번엔 달러 약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화 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원화 강세의 한 요인이 됐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면 원화 약세 현상이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데다 외환 당국의 개입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 만큼 달러에 대한 원화 값이 1100원 선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원화 값 약세로 수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던 전기·전자, 자동차 등 수출업종은 강세로 돌아선 원화 때문에 울상이다. 이날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0.32%(-4000원) 하락한 126만5000원에, 현대차 주가는 0.92%(-1500원) 떨어진 16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정유·화학·항공 등 원료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종에는 원화 강세가 다소간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통상적으로 달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제 금값도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온스당 1187.5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6월 19일(1204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