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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걷는 물고기’ 땅에서 나흘간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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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도 서벵골주의 물고기 ‘찬나 안드라오’는 배를 땅에 대고 움직여 육지를 걸을 수 있고 뭍에서 4일간 살 수 있다. [사진 세계야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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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의 보고인 히말라야에서 최근 신기한 생명체들이 200종 넘게 발견됐다. 물 밖에서도 4일간 살 수 있는 ‘걷는 물고기’, 비만 오면 ‘재채기하는 원숭이’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기후대 신종 생물 211종 발견
머리는 뱀 모양, 배를 대고 움직여
“생물의 육지 서식 실마리 풀 동물”
들창코 원숭이, 비 오면 재채기
자신의 독으로 자살하는 뱀도

 14일 세계야생기금(WWF)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09~2014년) 211종의 신종 생물이 히말라야에서 발견됐다. 211종을 분류해 보면 식물 133종, 무척추동물 39종, 어류 26종, 양서류 10종, 파충류·포유류·조류가 1종씩이다. 이들은 네팔 중부에서 미얀마에 이르는 히말라야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매년 34종의 동식물 종이 새롭게 발견된 셈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건 인도 동부의 서(西)벵골주에서 발견된 ‘찬나 안드라오’라는 이름의 물고기다. 몸통이 푸른빛이며 머리는 뱀같이 생긴 이 물고기는 배를 땅에 대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육지를 걸을 수 있다. 아가미가 있음에도 물 밖에서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최장 4일 동안 물 없이 땅에서 살 수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찬나 안드라오는 4억3000만 년 전부터 생물들이 대량으로 육지에서 서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생물”이라고 보도했다.

 ‘재채기하는 원숭이’는 미얀마에서 발견됐다. 이 원숭이는 카메라 촬영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눈에 띄게 됐다.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촬영 기술의 진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 원숭이를 ‘묵나톡터’라고 불렀다. ‘위로 들린 얼굴의 원숭이’라는 뜻이다.

 이 원숭이가 재채기 원숭이로 불리게 된 이유는 들창코 때문이다. 이 원숭이는 콧구멍이 위로 나 있어 비가 오면 콧구멍에 빗물이 고이기 쉽다. 콧속에 스며든 물방울 때문에 원숭이는 비만 오면 재채기를 한다. 재채기 원숭이는 빗방울을 피하려고 비 오는 날이면 머리를 무릎 사이로 숙이고 지낸다.

 자기가 가진 독(毒)으로 ‘자살하는 뱀’도 있다. 과학자들이 이 암수 독사들을 관찰하려고 했을 때 뱀들은 독니를 스스로 자기 몸에 박고 죽었다.

 인도 북동부에서 발견된 푸른눈개구리는 몸 길이가 4.6cm에 불과하지만 큰 목청을 자랑한다. 개굴거리는 소리가 워낙 커 152m 밖에서도 들린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져 ‘드라큘라 피라미’로 불리는 어류도 발견됐다. 미얀마 북부 지역에 서식한다.

 이번에 유일하게 신종 조류로 포함된 점박이꼬리치레는 히말라야 동부의 깊은 숲에서 발견됐다. 다른 새들보다 지저귀는 소리 톤이 훨씬 높은 게 특징이다.

 히말라야는 온갖 생명체들의 서식지다. 식물은 최소 1만여 종, 포유류 300종, 조류 977종, 파충류 176종, 양서류 105종, 담수어 269종 등이 히말라야 지대에 산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사는 이유는 히말라야의 다변화된 기후 덕이다. 히말라야 남쪽 기슭은 파파야·망고 등 열대성 식물들이 자라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밤나무 등 온대식물도 자란다. 해발 4000m 이상은 한대성 기후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이 높은 히말라야에서도 향후 신종 생물들을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WF는 “히말라야 생물 서식지 중 환경보전이 잘돼 있는 곳은 25%에 불과하다”며 인류의 과도한 개발·건설계획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말라야에 사는 생물 중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많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주로 사는 야생 눈표범(雪豹)은 최근 10여 년간 인간들의 사냥과 먹이 감소로 20% 이상 개체수가 줄었다. 현재는 1000~4000마리만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니메이션 ‘쿵푸판다’에서 사부님 역할로 등장하는 레서 판다 역시 히말라야에 서식하고 있는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히말라야를 비롯해 미얀마 등 일부 지역에 사는 래서 판다는 세계적으로 2500여 마리만이 남아 있다. 애초에 번식률이 낮았던 데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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