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이 본 노무현號 6개월] 실용주의자 변신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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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이끄는 '한국호'는 어디로 가는가.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노무현 시대'를 연 뒤 6개월을 맞았다. 그동안 국제적으론 북한 핵 문제.이라크 전쟁이, 국내에선 SK 사태.화물연대 파업.조흥은행 매각 진통 등이 이어지면서 盧대통령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전세계 주요 언론은 이 기간 盧대통령 당선이 준 충격에서부터 좌파성 정책에 대한 불안, 실용주의자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상세한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참고

◇'충격'(2002년 12월)=盧후보의 대선 승리는 세계 언론에 충격이었다. 국제 정치.외교 무대에서 무명인 데다 진보적 성향의 盧당선자에 대한 평가는 일단 부정적이었다.

대북 정책을 놓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햇볕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한 盧당선자와 북한 핵 개발 중단을 원하는 미.일.중 등과 잘 통하지 않을 것"(12월 20일)이라고 보도했다.

경제 정책도 친노동자 성향 등을 들어 우려했다. "盧당선자의 승리는 경제개혁 추진에 의구심 던져"(더 타임스 12월 20일), "당선자가 미국이 지지하는 경제개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로이터통신 12월 20일) 등의 분석이 잇따랐다.

◇'불안'(2003년 1~2월 중순)=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 핵 문제에 대한 盧당선자의 발언들을 놓고 해외 언론들은 대부분 불안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특히 미국과 다른 당선자의 시각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 위기 고조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1월 8일), "반미 감정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1월 23일)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핵 위기 해법에서 한.미 간의 견해차로 한국 시장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2월 12일)고 전했다.

◇'시련'(2월 말~5월 초)=북핵에 이어 잇따라 터진 SK 사태.화물연대 파업 등 대형 사건에 해외 언론들은 참여정부의 시련을 예고하며 앞다퉈 심층보도를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선자가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2월 22일)고 했고, 비즈니스위크는 "대통령의 개혁주의자적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5월 12일)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한국 속담까지 인용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경제는 유가 급등.가계 부채 확대.기업 회계 스캔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책의 불확실성이 분위기를 악화시켰다"(3월 19일)고 보도했다.

◇'기대'(5월 중순~현재)=대통령의 방미 (5월 11~17일)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한.미 간의 마찰이 줄어든 점을 환영하며 대통령의 실용주의적인 모습에 안도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통령은 자신을 합리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난제들을 실용적.현실주의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언급했다"(5월 9일)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뉴욕 월가와 친숙해지려는 노력에서는 盧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대 현안인 SK 사태와 조흥은행 매각 등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 "SK글로벌 구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격분시킬 것", 블룸버그 통신은 "조흥은행 노조와 정부 간의 분쟁은 盧대통령의 중요한 시험무대"(6월 17일)라고 보도했다.

이원호.최익재 기자, 도움=강영목 KDI 해외언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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